경제에 대한 나의 생각들

미국에서 본 우리세무행정의 개선할 점

박중련 2009. 2. 4. 23:14

 

미국세무행정에 경험이 있는 미국공인회계사로서 조국의 세무행정이 더욱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기 바라는 마음으로 개선해야 할 몇 가지 제시하고자 펜을 들었다.

 

한국의 모든 샐러리맨들은 원천징수제도를 통해 한푼의 누락도 없이 세금을 내고 있다.그러나 동네 수퍼마켓과 식당 등 자영사업이나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는 세무보고가 비교적 불성실하다고 들었다. 보완책으로 인정과세를 통해 업종별로 최저과세 기준을 정해놓고는 있으나, 원래 취지와는 어긋나게 고소득자가 최저과세 기준으로 하향보고 하게끔 유혹될 수 있으므로 개선할 점이 있다고 본다. 미국의 현실도 자영사업의 경우 세무보고가 그리 성실한 편은 아니나 전문직은 비교적 제대로 보고가 되고 있다. 동료 회계사들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미국세청(IRS) 감사 후 거액의 추징금이 나오는 경우가 그리 흔하지 않다는 것이 이 같은 사실을 입증해 준다. 통계에 근거한 과학적인 감사를 하며, 수입의 흐름을 모니터 할 수 있는 제도를 갖추고, 세무집행이 엄정하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회사나 개인의 세무보고서는 컴퓨터에 입력되며 납세자의 업종과 경비는 항목별로 분리되며, 후에 통계에 의한 매출과 경비간의 표준편차를 계산해서 세무감사 대상을 찾는다. 이 방법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5년 10년 단위로 무작위로 뽑아 세무감사를 하기도 한다. 전문직 종사자의 경우 보험료 등과 같이 제3기관에서 지급하는 금액과 일반개인에게 지급되는 서비스료가 연 6백달러가 넘을 경우 일정한 양식을 통해 IRS에 보고하도록 되 있으며, 경비결제가 대부분 당좌수표로 이뤄져 수입의 근거가 은행 장부에 남게 된다. 마약사범의 돈 세탁을 막기 위해 현금 1만 달러 이상을 받은 사람이 IRS에 보고해야하는 규정은 탈세한 현금사용을 어렵게 하고 있다. 미국에서 체류하던 노소영씨의 17만 달러이상을 현금 분할 입금한 사건도 이러한 법이 있었고, 법이 엄정하게 집행됐기 때문에 노출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전에 몇 억을 현금으로 들고 와 입금하려는 사람을 행원이 올바른 돈이 아닐 거라고 여겨 입금을 안 시키고, 돌려보냈다는 본국신문의 기사를 본적이 있다. 이 기사가 한국에서 뉴스거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은행이 돈을 갖고 오는 사람을 되돌려 보냈다는 데 있었지만, 미국에서 이 기사를 대하는 느낌은 어떻게 거액의 현금이 들어왔는데도 은행이 국세청에 보고하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그 것이 만약 검은 돈이었다면, 범죄의 실마리를 풀 수도 있었고 세금환수도 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 우리가 경비결제나 현금이동이 어떤 상한선이상일 때 정부에 보고해야 하는 법을 제정하고 결제 수단으로 현금보다는 크레딧 카드나 당좌수표를 이용하는 풍토를 구축하며 법을 엄정히 집행한다면 효율적인 세무행정이 이뤄질 것이다.

 

많은 중소기업인들은 한결같이 내라는 세금을 다 내고 어떻게 회사를 운영 하냐고 들 한다. 만약 이러한 생각을 갖고 세무보고를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면 우리의 세법과 세무행정에 큰 문제가 있다. 법을 집행하는 행정관료나 기업에서 세무업무를 보는 직원, 큰 재벌의 총수부터 구멍가게 주인까지 요구되는 것은 도덕적 양심이다. 그러나 그 양심을 측정할 수 있는 잣대가 잘못되었고 공평하게 집행이 안될 땐 법을 무시하기 마련이다. 숫한 탈세가 이루어지고 있는 데도 정부가 세입부족으로 부도가 나지 않는 것은 우리의 예산이 이러한 탈세를 인정하고 예산책정 시 반영하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법의 모순을 발견하게 된다. 지킬 수 없는 법과 집행할 수 없는 법은 일반 납세자를 탈세자란 죄명을 씌우고 불안에 떨게 한다. 그 뿐인가, 우리의 법은 부도덕한 사람들이 법망을 피해 빠져나갈 수 있게도 하고 있다.

 

지금 우리의 현실이 어떠한가? 실명제를 택했을 때 지하에 있는 돈이 움직일 수 없게되면 경제가 침체될 수 있다는 논리로 반대했던 사람들의 주장이 기억난다. 그 말은 직접선거가 국력의 낭비라는 논리로 독재정권을 지탱해온 사람들의 말과도 크게 다를 바 없다. 결국 이러한 저급한 논리가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져, 우리의 실명제는 많은 예외 조항을 두었다. 서방국가들은 오래 전 실명제를 채택했다. 그러한 국가에선 세무행정이 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올바른 실명제가 실시된다면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보는 사람은 비도덕적인 사람들이다. 반대하는 사람들의 염려대로, 경제침체로 정부나 일반국민에게 일시적인 피해가 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정부에게 큰 이익이 될 것이다. 세율을 국민이 수긍할 수 있게 조절하고, 과학적인 방법을 이용해 법을 올바르고 공평하게 집행한다면 많은 국민이 자발적으로 세금을 내게 될 것이다.

 

전에 한국의 모그룹이 지난 10년간 몇 천억을 탈세했으며, 그에 대한 탈세액, 범칙금, 이자 모두 합해 3천억이 넘는다는 기사를 읽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해봤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이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미국의 소위 5백대 회사들은 거의 대부분이 IRS로부터 정기세무감사를 받는다. GE나 IBM같은 대회사에는 국세청직원들이 상주하고 있으며 그들의 사무실이 별도로 있다. 세무감사를 하던 안 하던 그런 회사들이 탈세를 할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부정적인 차원보다는 회사들의 세법해석이 정부와 다를 수 있다는 견지와 그 의견차이를 좁혀나가는 건설적인 측면에서이다. 거액의 세금이 걸려있는 이슈에 대한 견해차이가 아무 이의 없이 회사에게 유리한대로 만 해석되나간다면, 수입에 대한 세원이 제대로 매겨지기 힘들 수밖에 없다. 우리의 경우에도 정기감사를 한다고 하지만, 앞서 언급한 신문기사에 비추어 볼 때 웬 지 감사다운 감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는 느낌이다.

 

감사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려면, 법과 제도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미국에서는 감사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위증, 편지사기, 증거조작, 은닉, 파괴 등에 대해서 탈세 자체보다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중벌로 다뤄지고 있다. 반면에 피 감사인의 권리도 잘 보장 되 있고, 권리 침해 시 진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 비교적 잘 되 있다. 때로는 감사를 마친 후에 평가를 묻는 편지를 받곤 한다. 이렇게 상호 견제할 수 있는 제도가 있을 때 공평하고 효율적인 세무감사가 이루어 질 수 있다고 본다.

 

결론적으로, 현금의 이동을 효과적으로 모니터 할 수 있는 제도를 갖추고 과학적인 세무감사를 하며 공평하고 엄정하게 세무집행을 한다면 우리도 선진 세무행정국가로 발 돋음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다소 힘들더라도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공평한 세법을 제정하고 올바르게 집행한다면, 우리 자손 대에는 양심적으로 사는 건강한 사회를 물려줄 수 있다고 생각된다.

 

박중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