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같은 동네에 사는 사람이 급히 회계 자문을 구하고 싶다고 해 시간을 같이했다. 그들 부부 얼굴에 수심이 가득해 혹시 국세청 감사를 받게 되었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사실은 부인이 한국의 친정 부모로부터 10여만달러를 증여받게 되었는데 받는 과정에서 세금이 추징되는지 여부와 송금 그 자체가 감사의 표적이 되지 않는가 하는 것 때문이었다.
이 건에 대한 내용은 1996년 제정된 소기업일자리보호법(SBJPA)에 언급되었고 국세청 공고 97-34에서 자세히 설명해 주고 있다. 미국 사람(US person)이 모든 외국 기업과 외국 파트너십으로부터 합계 1만2375달러를 초과하는 증여를 받거나 한 외국 사람(foreign national)으로부터 10만달러를 초과하는 증여를 받으면 당해연도에 Form 3520을 통해 보고해야 한다. 증여하는 사람이 여러 명이어도 그들이 인척관계이면 한 사람이 보낸 것으로 여긴다. 여기서 교육비와 의료비 보조를 받은 액수는 제외한다.
Form 3520에 보고되는 내용은 실제로 증여냐 소득이냐를 결정하는 데 사용된다. 만약 Form 3520을 제출하지 않으면 국세청이 임의로 그 성격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그리고 증여액에 매달 5%에 해당하는 벌금을 최고 25%까지 부과하고 있다.
소득이냐 증여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논리적 근거는 증여받은 사람이 증여자에게 경제적 대가(consideration)를 치렀는가 하는 것이다. 증여로 취급되려면 대가 없는 순수한 선물이어야 한다. 그러면 한국에 있는 외국인 아버지로부터 미국에 있는 미국 시민권자나 영주권자인 딸이 받은 증여액에 대해 딸이 미국 증여세를 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 미국 증여세는 일반적으로 증여자가 내게 되어 있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외국인이 미국에 재산이 있을 때만 부과가 가능하다. 그래서 외국인들의 경우 미국에 소재해 있는 재산(US situs property)을 증여할 때만 미국 증여세의 대상이 된다. 미국에 소재해 있는 재산으로는 자동차와 보석 개인 소유물 미국 회사 주식 미국인에게 받을 채권 미국에 있는 부동산 등이 포함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미국과 한국 은행 계좌의 현금은 이에 속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한국에서 미국에 있는 딸의 계좌로 송금한 증여액은 미국 증여세에 해당되지 않는다. 한국에서 증여받아 현금으로 갖고 나온 액수도 미국 증여세와 무관하다.
결론적으로 개인의 경우 10만달러를 초과하는 증여를 한국에 있는 부모로부터 받은 경우 당해연도에 Form 3520에 보고만 하면 된다. 만약 보고를 하지 않고 나중에 감사를 받으면 송금액의 25%까지 벌금을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