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에 대한 나의 생각들

국세청 감사 당당히 맞서라.

박중련 2009. 2. 4. 03:08

전문가칼럼> 국세청 감사 당당히 맞서라[뉴욕 중앙일보]
기사입력: 07.24.06 09:55

박중련 공인회계사

몇년 전 드라이클리너를 운영하는 한 고객으로부터 떨리는 목소리로 국세청 감사 통보를 받았다는 연락이 왔다. 그 고객이 감사 대상이 된 것은 새로운 가게를 차리는 과정에서 한국에서 몇만달러 정도 송금을 받았는데 가게를 차리기 전의 세금보고가 빈약했기 때문이었다. 국세청은 무작위로 뽑았다고 했지만 지금까지 경험했던 몇 안 되는 감사 모두가 한국에서 송금받은 기록이 있었던 것을 볼 때 그런 것 같지 않았다.

국세청 사무실에서 만난 감사관은 가장 먼저 개인 계좌와 비즈니스 계좌에 입금된 액수와 세금보고서상의 액수를 비교했다. 이 고객은 크레딧카드와 한국에 있는 친척으로부터 돈을 빌려 목수일까지 손수하면서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가게를 만들었다. 한국에서 온 돈은 송금한 사람의 공증으로 수입이 아니라는 것을 밝혔다.

감사관은 빛바랜 국세청 교육용 드라이클리너 감사섹션에서 발췌한 페이지를 펴보이면서 꽤 전문적인 주장을 펼쳤다. 감사관은 옷걸이를 구입한 영수증을 요구한 후 옷걸이당 어떤 옷들을 걸 수 있다는 것과 그 옷의 현재 드라이클리닝 가격을 확인한 후 매출을 계산하기 시작했다. 그는 매출을 가장 많이 올리는 조합을 택했다.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한 이러한 매출 재확인 방법은 나에게 무한한 반박의 가능성을 제시해 주었다. 아무리 사용한 옷걸이 숫자를 알아도 가게 주변의 경제.사회학적 인종구조에 따라 드라이클리닝하는 옷들의 구성요소가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매출을 예측할 수 없다. 백인 상류층지역과 히스패닉이나 흑인 저소득층 지역에서 드라이클리닝하는 옷 종류의 매출구성비율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미 드라이클리너스협회인 NCA 회장으로부터 가게가 있는 지역의 매출 구성비율이 감사관이 주장하는 것과 다를 수 있다는 내용을 전문가 의견으로 받아놓았다. 그리고 같은 옷걸이라도 상.하의를 다 걸거나 각각 따로 걸 수 있기 때문에 매출이 다르게 나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랙(Rack)에 안 가져가는 옷을 건 옷걸이들과 못쓰게 되어 버린 옷걸이들도 매출에서 제했다. 옷걸이와 함께 매출의 변수인 드라이클리닝 가격은 가게를 처음 열어 세일한 가격을 최대한 활용했다. 결국 감사관의 주장은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가장 힘든 것은 적당히 감사관과 타협을 보라는 고객 주위 사람들로부터 들어오는 무언의 압력이었다. 물론 감사관이 테이블에 내놓는 협상액이 회계사가 일해야 할 노동의 대가보다 적으면 타협을 해야 한다. 그러나 감사관은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타협을 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항소로 방향을 돌렸고 우리는 그곳에서 몇분 만에 승소 결정을 받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