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펜에 다닐 때 한국 군대를 다녀온 친구가 있었는데 그의 목 주위에는 긴 수술자국이 있었다. 그는 머리를 옆으로 돌리려면 항상 몸과 함께 움직여야 했다. 그 이유를 물으니 군대에서 상사로부터 엄청난 분량의 일을 하루만에 끝내라고 명령받았는데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말해서 기합을 받고 목을 다쳤다는 것이다. 자기 능력의 한도를 아는 그는, 솔직했지만 많은 대가를 치렀다.
그러나 나는 그와 좀 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다. 대학생활 동안 불가능을 의식하지 않고 무조건 하고보는 자세로 어려움을 돌파했다. 고3때 미국에 와서 2년간 점원생활을 하다 대학에 입학한 나는 공부할 분량이 많아서 따라가기 벅찼다.그러나 중도포기는 미국생활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생각돼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래서 학업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 봤다. 우선 기본적으로 자는 시간 외에는 공부에 전념하기로 했다.
백과사전과 같이 두꺼운 교과서를 소화하는 것과 TV화면처럼 순식간에 지나치는 교수님 의 강의를 어떻게 필기할 것인가 큰 문제였다. 일단 인문 교과서는 요점정리하고 수학이나 과학 교과서는 그 속에 있는 문제들을 모두 세번씩 풀어보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강하는 날부터 학기말 시험 준비를 해야 했다.교과서를 요점 정리하고 그것을 또 정리하면 책의 핵심 내용이 인덱스 카드 10장 정도로 정리가 되었다.그쯤 되니까 인덱스 카드에 있는 단어 하나만 생각하면 그 단어와 연결되어 있는 문장을 줄줄이 불러낼 수 있었다. 교수님 강의는 카세트 테이프로 녹음해서 유행가처럼 듣고 또 들었다.
교과서에 있는 문제들은 대부분 답이 적혀있지 않았기 때문에 나의 답이 맞는지 틀리는지는 알 수 없었다.그래서 의문이 나는 것은 교수님과의 면담시간을 최대한 이용했다. 다른 학생들은 면담의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나에게 많은 시간이 할애되었다. 나는 유명한 교수님들을 가정교사처럼 활용할 수 있었다. 그래도 질문다운 질문을 하는 내가 밉지는 않았는지 교수님들은 후에 좋은 추천서를 써 주기도 했다.
한번 푸는 데 30분 이상 걸리는 문제를 세 번씩이나 풀어 본다는 것은 비효율적이었으나 나는 내가 정한 룰을 지켜 나갔다. 유펜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공부하던 친구가 환희에 찬 모습으로 비를 맞으며 “오늘에야 물리학의 어느 기본이론을 이해하게 되었다”면서 기뻐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는 안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잘 모르는 것이 허다하다. 공부는 얼마나 많이 하는가 보다는 얼마나 깊이 있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시간에 회계학의 원리를 깊이 생각했더라면 나는 회계사가 아니라 회계학의 석학이 되었을 것이다.
[칼럼] 아빠가 물구나무를 선 이유[워싱턴 중앙일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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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시험 보기 전에는 도서실 구석에서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나서는 두뇌의 혈액순환을 돕기 위해 벽에 기대고 물구나무를 섰다. 그러면 피가 머리로 쏠려서인지 기분이 상쾌했다. 대학원 마지막 학기에 나와 함께 생활하던 아내도 이런 모습을 기이한 듯 쳐다보곤 했다. 그 후 20년이 지난 어느날 저녁식사 때 아내가 아이들에게 아빠가 물구나무를 선 이유를 말해 주자 아이들은 재미있다는 듯 까르르 웃었다. 수영선수가 기록을 단축하기 위해 몸에 난 솜털을 깎는 것 같이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유명한 흑인 농구선수들이 농구가 그들을 가난에서 구제해 줄 것이라고 믿고 운동을 열심히 한 것처럼 나도 학업이 좋은 기회를 줄 것이라 믿고 매진했다. 나는 미국에 늦게 온 것을 탓하지 않았고 내가 설정한 목표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갔다. 박중련 (CPA, 미국대학 학자금 가이드 저자) http://www.youtube.com/watch?v=Skw6Nv8pSl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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