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저지주 버겐카운티 라마포 인디안 힐즈 리저널 학군(이하 라마포 학군)이 자신의 보호 아래 있던 조카 강석호(17)군에게 수업료를 낼 것을 요구하자 ‘수업료 부과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던 한인 박중련(44·공인회계사·사진)씨가 민사소송에서도 정신적, 물질적 피해에 대한 배상 합의를 이끌어 냈다. 이에 따라 학군측의 부당한 교육 행정에 맞서 2년 이상 끈질기게 벌여온 법정 투쟁은 박씨의 완승으로 끝났다.
◇배상 합의=라마포 학군측 변호인은 박씨가 뉴저지주 상급법원에 제기한 피해 배상 소송과 관련, 최근 합의를 제의해 왔으며 박씨는 20일 변호사 비용을 포함, 1만2천5백달러를 받고 소송을 중단한다는 내용의 합의서에 서명했다.
박씨는 “변호사 비용을 제외한 순수 배상금은 미미하지만 학군측이 잘못을 인정한 만큼 상징적인 액수에 합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소송 발단=박씨가 라마포 학군을 상대로 법정 투쟁을 시작한 것은 지난 99년. 강군은 부모가 주재원으로 미국에 왔을 때 태어나 2세 때 귀국했다가 99년 6월 다시 미국으로 와 이모부인 박씨 집에 거주하면서 학군 내 인디안 힐즈 고등학교에 입학을 신청했다. 그러나 학군측은 이모부를 보호자로 인정할 수 없다며 1년치 수업료 8천85달러를 내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박씨는 ‘학군에 거주하는 5∼20세 학생은 무료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뉴저지주 교육법(18A:38-1)과 ‘부모와 따로 살더라도 법적 보호자가 있을 경우 거주하는 것으로 간주한다’는 버겐카운티법을 근거로 강군이 무료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며 수업료 부과를 취소해 줄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주 행정법원에 냈다.
◇ 법정 공방=학군측은 재판 과정에서 강군이 무료 교육을 받기 위한 목적 하나만으로 박씨와 함께 살고 있기 때문에 교육법상의 ‘무료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거주자’로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강군의 부모가 가정 문제나 경제적 어려움으로 양육권을 위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보호자로 인정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이 사건을 담당한 마가렛 헤이든 판사는 “미국에서 태어난 강군이 미국 시민으로서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 미국의 문화와 언어를 배워야 하지만 한국의 부모가 미국으로 올 형편이 되지 않기 양육권을 위임했다는 원고측 주장이 인정된다”며 지난해 5월25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학군측은 1심 판결해 불복, 상소했지만 법원은 지난 1월 2심 공판에서도 “강군이 단지 무료 교육을 받기 위해 학군으로 전입해 왔다는 피고측 주장을 입증할 만한 근거가 없다”며 또 다시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다.
2심 패소 후 학군측은 주 지방법원에 상소할 수 있는 권리를 포기했지만 박씨는 “부당한 행정 처리로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입었다”며 9월27일 민사 소송을 제기해 이번 합의를 이끌어 낸 것.
박씨는 이와관련 “소송 상대가 정부 기관이라는 점, 그리고 적지 않은 시간과 경비가 소요될 것이라는 점 때문에 소송을 망설였다”며 “그러나 처음부터 어처구니 없는 논리를 내세워 당당히 세금을 내고 사는 주민의 권익을 침해하려는 학군측의 태도를 좌시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법정 투쟁에서는 승리했지만 조카가 일련의 사태를 겪으며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다 올해 초 한국으로 돌아간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