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들의 방관적인 자세가 가장 큰 원인이다.
뉴저지 리틀페리에 사는 김상호(46)씨는 “미국에서 태어난 초등학생과 중학생인 아이들에게 그동안 한국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 한 적이 거의 없고 한국어를 열심히 가르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고 말했다.
퀸즈 베이사이드에 사는 11학년생 사무엘 김(14)군은 영어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는 모범생이다. 그러나 어느때 부터인가 자신이 누구인가를 깨닫지 못하고 막연히 “미국은 나의 완전한 모국은 아니다”라는 생각을 갖기 시작했다고 한다. 지난해 외할머니댁을 방문한 이후부터 자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고 한국도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됐다고 한다.
2세들의 정체성을 깨닫게 해준 것이 ‘한국의 월드컵 개최’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지난달 18일 본국을 3박4일간 방문, 한국과 이태리 경기를 지켜봤다는 박현열(15)군은 “5년만에 한국을 방문해 보니 지금까지 잊고만 살았던 조국이 확연히 마음에 다가섰다”며 “이제 내가 한인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월드컵 경기가 열릴 때마다 적극적으로 응원에 참여하는 2세들. 대형 음식점들이 제공하는 단체 응원장소에 붉은 티셔츠를 입고 앞장서 ‘대~한민국’을 외친 2세들에게 이번 월드컵은 조국과 나를 확실히 깨닫게 해주는 매개가 됐다.
앞으로 부모들과 한인사회가 이제 서서히 움트고 있는 우리 2세들의 자아의식을 더욱 강화시켜줘야 할 차례다.
아들과 함께 한국을 방문, 월드컵 경기를 지켜본 박중련 공인회계사는 2세들이 자긍심을 갖기 위해서는 한국을 가능한 자주 방문하도록 하며 특히 뿌리교육재단 등 관련단체들의 노력이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컬럼비아 대학의 이현규 한국어 강사는 “현재 한국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은 전체 한인학생의 20%도 되지 않는다”며 “월드컵 응원전이 2세들 정체성을 일깨우는 단순 행사로 만족하게 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