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아들의 이야기

현열이와의 대화 (2007 봄 어느날)

박중련 2009. 2. 4. 12:15

현열이는 뉴욕의어느 동포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유펜에 대해 "존경하는 아버지가 나온 대학"이라고 표현했다. 점점 성숙해 가는 현열이가 나이도 들어가고 기억력도 쇠퇴해 가느 ㄴ초라한 아빠에 대해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이 충격이었고 약간의 부담이 되었다.

현열이가 졸업식을 마친 첫째 주 일요일 오후, 둘이 교회에서 집으로 차를 타고 가던 중이었다. 아들은 대뜸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아빠, 나는 무언가 아주 특출하게 잘하는 것이 없는 것 같아요."

 

나는 "노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 아니니?라고 받아넘겼다.

 

그러자 그는 "아빠, 저를 또 나무라시는 거에요?"라고 했다. 나는 아들이 죽도록 도전하는 본능Killer instinct이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나는 농구마 축구를 할 때도 그에게서 하루에 슈팅을 천여 번씩 쏘면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사실 아들처럼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면 한 가지 일에 너무 몰두할 수는 없다.  그에게는 그만한 시간도 없었고 그렇게 할 의혹도 없었다. 우리는 이러한 대화를 하다가 결국 상대방에게 실망만하고 끝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그런데 그가 갑자기 "그럼 아빠는 왜 더 노력을 안하세요?"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에게는 아빠도 잠재력이 많은데 노력이 부족한 것 같이 보인 모양이었다.

 

그래서 나는 "아빠는 이제 늙었고 기억력도 쇠퇴해서..."라고 하면서 말을 흐렸다.

 

그는 갑자기 목소리를 높이며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 "아니에요, 아빠는 늙지도 않았고, 기억력도 좋아요." 그리고는 "아빠가 그러시면 어떡해요. 나는 아빠를 우러러 보며 사는데..."

 

우리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서로 다른 데를 보며 긴 침묵의 시간을 가졌다. 아마 현열이도 그때 나와 같이 열심히 살아 보겠다는 무언의 결심을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