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보딩스쿨

엑시터의 한국 학생들

박중련 2009. 2. 4. 02:24

[전문가 칼럼-미국의 보딩스쿨(10)]아들 현열이의 엑시터 생활

[LA중앙일보]

박중련 공인회계사
기사입력: 08.20.04 16:31

 

‘모든 곳에 있는 청년들을 받아들인다’라는 학교 정책은 현열이에게 한국에서 온 조기유학생들과 미국전역에서 온 한국학생들을 만날 수 있게 했다.

엑시터는 총 정원이 1000명인데 2003~2004년도에 집계된 한국학생 수는 56명이다. 그 중 23명이 한국에서 온 조기 유학생들이며 30명이 미국동포 자녀들이고 3명은 각각 사우디아라비아, 필리핀, 그리고 브라질에서 왔다. 9학년이 10명, 10학년이 24명, 11학년이 10명, 그리고 12학년이 11명이다. 10학년이 24명이나 된 것은 매우 예외적이다. 현재 Admission office의 자료에 의하면 2004~2005년도에는 약 10여명이 추가되어 약 70명에 이를 것이다. 이들은 한국학생회를 조직해서 매주 금요일 저녁마다 학교식당 한 곳을 지정석으로 정해놓고 친교를 하고 있다.

어느 보딩스쿨이나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온 학생들이 경직된 선후배의식을 강조해서 미국출신의 동포학생들과 사이가 어색해질 수 있는데 엑시터에서는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고 사이좋게 지내고 있다.

어른들은 “학생들이 어린 나이에 혼자 생활하는 것이 정신적으로 힘들지 않을까”하고 염려한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9학년 학생들의 나이는 유태인들이 성인식(Mitzvah)을 올리는 13세보다 많다. 교육학자들은 13세에 학생들의 인격형성이 거의 완성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현열이가 그 동안 써온 수필과 대화를 통해서 그가 기숙사생활을 할 정도의 독립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보딩스쿨도 이 점을 고려해서 수필과 면접을 통해서 독립성을 파악한다. 그리고는 학생 몇명단위로 고문 선생님 한 분을 배정해서 학생들의 학교 적응을 도와주고 있다. 현열이의 어드바이저는 두 학생을 지도하는데, 매주 화요일마다 그와 점심을 하면서 대화를 나누고 학과선생님들과도 교류를 해서 그가 잘 적응하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에게 정기적으로 현열이에 대한 장문의 편지나 e-mail을 보내오고 있다.

어른들은 또 “어차피 대학에 가면 떨어져 지내야 하는데 보딩스쿨에 일찍 보낼 필요가 있는가”라며 주저한다. 보딩스쿨은 학생이 부모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최대한 주기 위해 하루 일과를 늘리고 토요일 오전에도 수업을 하고 있다. 그 결과 겨울방학은 22일, 여름방학은 90일이나 되며 학기 중간마다 있는 짧은 방학도 각각 8일과 15일씩 된다. 그래서 부모와 떨어져 있는 시간은 한 학기에 약 70일 내외 정도이다. 간간이 떨어져 있다가 만나기 때문에 매일 보는 것 보다 부자간의 정을 더 음미할 수도 있다. 실제로 현열이는 매일 집에 전화를 하며 누나와는 인터넷 채팅을 하며 그 곳 소식을 알려준다. 그리고 짧은 방학(break)때 뉴욕지역에 사는 부모들을 위해서는 버스를 대절해 편의를 봐주고 있다.

우리는 엑시터에 올라갈 때마다 학생식당에서 커피와 다과를 할 수 있었다. 학생식당은 선생님과 그의 가족, 학교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포함 모든 사람들에게 공개되어있다. 대학교 식당같이 ID를 보는 사람도 없었다. 우리는 그러한 데서 학교의 풍요로움과 어수룩하지만 절도 있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엑시터학생들은 엑시터학교식당 음식이 맛이 없다고 하지만 대학과 대학원에서 6년 간 대학식당을 이용했던 내가 보기엔 엑시터음식에는 거의 홈메이드와 다름없는 정성이 담겨 있었다. 모든 보딩스쿨이 그럴 거라고는 단정지을 수 없지만 음식에 대해서도 우리는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엑시터 졸업생들은 미국 곳곳에서 지도자로 활약하고 있다. 그들은 엑시터 교육이 오늘의 자신 들을 만들었다고 한다. 현열이도 그 교육을 받기 위해서 왔다. 그는 처음 한 학기를 마친 후 공부는 힘들지만 할 만하다며 잘 왔다고 한다. 엑시터는 좋은 대학가는 방법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학생들이 평생동안 성공적인 삶을 살수 있게끔 준비시키는 곳이다. 엑시터만의 독특한 교육방식과 일반인들의 생각인 엑시터가 하버드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것에 빗대어 어느 엑시터 졸업생이 “나는 하버드를 가기 위해서 엑시터에 온 것이 아니라 엑시터교육을 받기 위해 왔다”라고 한 말이 실감났다. 그들은 어느 대학을 가던지 엑시터에서 받은 교육때문에 매우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될 것이다.   (필립스 엑시터 동영상:)http://www.youtube.com/watch?v=Skw6Nv8pS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