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보딩스쿨

현열이의 보딩스쿨 입학

박중련 2009. 2. 4. 02:23

 

[전문가 칼럼]미국의 보딩스쿨(8)[LA중앙일보]
박중련 공인회계사
기사입력: 08.06.04 16:01

아들 현열이가 엑시터로 가게된 것은 우연이었다. 그는 보딩스쿨에 대해서 들어본 적도 없었고 식구들도 보내겠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그는 학군 안에 있는 고등학교는 중학교 때의 좋지 않은 기억들 때문에 배제하였고 누나가 다니는 과학기술진흥고(Academy for the Advancement for Science & Technology)에 가려고 했다. 누나도 중학교에서는 현열이와 같이 고립된 생활을 하였으나 AAST에서는 물고기가 물을 만난 것 같이 즐겁게 보냈다. 축구선수인 현열이는 전국 축구랭킹 20위안에 드는 인근 라마포고등학교의 스카웃제의가 있어서 고려했었으나 AAST로 마음을 거의 굳혔었다.

그런데 주위의 학생들이 보딩스쿨에 입학하면서 한 번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꼭 가지 않더라도 실력을 테스트할 겸 신청해보라고 하였다. 그는 신청과정에서 한사람 한사람을 정성껏 대하는 학교에 감동되었고 학교시설에 완전히 압도되었다. 현열이는 어느덧 이런 학교에서 자신의 뜻을 한 번 펴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여러 보딩스쿨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엑시터이었다.

이 학교는 An education like no other(어느 학교들과도 다른 교육)이라는 캐치 프래이즈를 내 걸고 있다. 과연 엑시터 교육이 다른 고등학교와 어떻게 다른가를 알아보았다. 이 학교는 원탁테이블에서 12명 학생이 둘러앉아서 토론하며 공부하는 일명 하크네스 테이블(Harkness Table)방식을 창안해서 쓰고 있다. 이 방식은 선생님이 수직적으로 지식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조정자 역할 만 하며 학생들이 예습해 온 것을 토론하게 하여 서로에게서 배우는 것이다. 예습은 학습의 효과를 높여주며 토론은 발표력을 키워준다. 우리사회의 모든 회의가 원탁테이블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볼 때 이런 훈련을 일찍 받는 것은 학생들에게 큰 장점이다.

우리는 큰 딸 지연이가 AAST에서 성적표와 함께 받아오는 비교적 길게 쓴 학생의 수업 참여도나 학습능력 등을 적은 글을 받아보고 선생님들의 관심에 감명을 받은 적이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이 것은 이미 프로그램 되어있는 문구들 중에서 학생과 잘 어울리는 것을 선생님이 뽑은 것이라고 해서 실소했었다. 엑시터 선생님들의 깨알같이 쓴 5페이지정도의 글은 단편소설에 가까웠다. 선생님들은 12명의 학생들과 마주보고 수업을 하면서 학생들의 장단점을 꽤 뚫고 있었다.

그러면 엑시터와 AAST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두 학교의 특성을 대학들에 비유하라면 엑시터는 스탠포드대학에 그리고 AAST는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칼텍)에 비유할 수 있다. 스탠포드는 인문계와 이공계 모두가 우수하나 칼텍은 최고 수준의 이공계 학과들만 있다.

참고로 AAST에 휴머니티 AP과목은 없으나 대학수준의 수학과 과학과목들은 즐비하다.그리고 엑시터와 AAST는 2004년 미국 수학경시팀 후보 12명안에 3명과 1명씩 내보내고 있으며 예비후보 12명까지 포함하면 AAST도 3명이나 된다. 그 외 학교들이 한 명 이상을 내보지 못한 것을 감안하면 수학에서 두 학교의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다. 현열이가 AAST대신 엑시터를 택한 건 아직 그의 잠재력을 확인 못한 상태에서 선택의 폭을 넓게 갖기 위해서였다.

한가지 염려스러웠던 것은 AAST는 공립이어서 무료인데 반해 엑시터는 연 학비가 3만 달러 드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는 학비보조 서류에 가족이 감당할 수 있는 학비예산을 적었다. 합격통지와 함께 날라 온 학비보조서류에는 우리가 적어놓았던 액수를 제외한 학비보조가 적혀 있었다.

세인트 폴스(St. Paul‘s School)나 디어필드(Deerfield Academy)와 달리 엑시터와 앤도버는 학비보조를 입학결정과 결부시키기 때문에 학비보조 대상자들은 경쟁율이 더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