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벌가의 장손인 죤 디 록펠러 4세(John D. Rockefeller, IV)의 생애를 보면 사회봉사정신이 미국인 지도층 생활에 얼마나 깊게 뿌리박혀있는지 알 수 있다. 그는 엑시터(1954졸업)와 하버드대학을 나와 2년 간 평화봉사단원으로 일하고 미국의 가장 열악한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비스타(Vista)에 자원했다. 그는 웨스트버지니아주의 광산촌 엠몬(Emmons)시에서 2년 간 자원봉사 한 후 아예 그곳에 정착했다. 그는 삼촌들인 알칸소(Arkansas) 주지사 윈스롭 록펠러(Winthrop Rockefeller)와 뉴욕 주지사 넬슨 록펠러(Nelson Rockefeller)같이 후에 웨스트버지니아 주지사를 지냈다. 지금은 연방상원의원으로 해외와 연방자본들을 웨스트버지니아주에 유치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그는 미국상류사회출신으로 어디 가서나 대접받고 편안히 지낼 수 있었지만 미국에서 가장 열악한 주의 하나이며 자신의 능력을 가장 필요로 하는 웨스트버지니아주에서 보람된 생활을 하고 있다. 그의 사촌인 데이빗 록펠러 주니어(David Rockefeller, Jr.)도 엑시터(1959졸업)와 하버드대학을 나와서 환경과 문화에 관련된 비영리단체의 일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데이빗 록펠러 주니어는 “가장 좋은 교육은 개인의 성공뿐만 아니라 사회전체의 중요성을 증진시키는 것이다” (The best education promotes not just individual success, but the importance of society as a whole.)라고 강조했다.
반면에 제왕적으로 군림하고 자신의 이름을 앞세우는 어느 미국 재벌 총수의 예를 들어보자. 지금으로부터 23년 전 갓 부동산 재벌대열에 오른 그가 자신의 모교 기업자 크럽에 초청되어서 올해의 기업인상을 받게 되었다. 그 자리에서 한 학생이 그에게 왜 기부에 인색한가를 물었다. 그는 기업경영에 있어서 현금유동성의 중요함을 강조하면서 만약 학생들이 기부를 하면 100% 매치를 하겠다고 받아쳤다. 학생들이 낼 수 있는 코 흘리게 돈만큼은 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지금까지 수십 억 달러를 벌었지만 대규모 기부를 한 적은 없었고 어느 조그마한 종합병원에 병동을 하나 지어주고는 그의 트래이드 마크인 이름을 대문작 만하게 붙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는 미국의 자선 사업가로 존경받는 카네기나 하크네스 등과는 달리 주간지에 추문을 뿌리는 사업가로 살고 있다. 그의 부동산 비즈니스가 불황을 맞았을 때 미국신문들은 그를 뉴욕시 링컨 터널 앞에서 자동차 앞 유리창을 강제로 닦고 돈을 요구하는 걸인으로 묘사했다. 이 모습이 추문을 뿌리고 다니며 제왕으로 군림하려는 재벌들을 향하는 미국시민들의 마음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미국인들은 생존해 있을 때 재산이 언제 어떻게 사용되었으면 좋은가를 미리 계획한다. 자녀교육비 만큼은 신탁계정에 넣어 자신들이 없어도 교육을 마칠 수 있게 하고 상속을 하더라도 자녀가 혼자 힘으로 일어설 수 있고 재산을 운영할 수 있는 덕과 지식이 갖추었을 때에 한다. 이러한 노력은 부가 줄 수 있는 피해들을 최대한 보완하기 위해서다. 그들은 재단을 이용해서 사회 문화사업을 하기 때문에 기부자가 유명을 달리해도 그 사업은 반영구적으로 계속된다. 460억 달러의 재산을 갖고 있는 빌 게이츠(Bill Gates)도 어느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세 자녀에게는 1천만 달러만 물려주고 재산을 모두 자선 사업에 쓰겠다고 밝혔다. 그는 “아이들이 너무 많은 돈을 가진 채 인생을 시작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의 인생과 잠재력은 출생과 무관해야 한다”고 말했다. 빌 게이츠는 미국 공화당정부의 상속세 폐지 정책을 정면으로 반대한 양식 있는 재산가 몇 몇 중에 한 명이기도 하다. 이들은 자식에게 재산을 세습하는 사람보다도 더 심오한 자식사랑을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돈은 있으면 편하지만 사람을 나태하고 만들고 자만하게 하며 남의 질투를 받게 한다. 돈은 잘못 사용하면 죄악을 낳지만 좋은 일에 사용하면 고귀한 빛을 발한다. 남보다 재산의 축복, 지식의 축복, 직위의 축복을 가진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나누는 마음과 행동이 필요하다. 그러한 축복은 하늘에서 내려와서 잠시 자신에게 고여있는 상태일 뿐이며, 오래두면 썩기 때문에 밑으로 흘려 보내야 한다. 축복 받은 사람들의 몫은 가장 유익한 물줄기를 찾아서 흘려 보내주는 것이다. 이때 덕과 지식 그리고 Non Sibi정신이 큰 역할을 하게된다. 우리는 미국에서 돈, 명예, 그리고 덕을 함께 갖춘 재력가들을 본다. 그들 중 많은 사람들이 인성교육을 중요시하는 엑시터와 앤도버 졸업생들인 것을 볼 때 교육의 의미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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