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illips Exeter Academy(엑시터)는 보스톤에서 북쪽으로 55마일 떨어진 뉴햄프셔주 남부 엑시터 시에 위치해 있고 Phillips Academy, Andover (앤도버)는 보스톤에서 북서쪽으로 23마일 떨어져 있는 매사추세츠 주 앤도버 시에 있다. 이 두 학교는 주 경계선을 사이에 두고 37마일 거리에 있으며 완전히 독립된 재단을 갖고 있다.
엑시터와 앤도버는 필립스집안이 설립한 자매학교로 지난 200여 년 간 미국을 대표해온 양대 보딩스쿨이다. 앤도버는 미국 최초의 보딩스쿨로 사무엘 필립스 주니어(Samuel Phillips, Jr.)가 삼촌 존 필립스박사(Dr. John Phillips)의 재정지원을 받아 1778년에 설립했다. 그리고 3년 후인 1781년 존 필립스박사도 뉴햄프셔주 엑시터시에 보딩스쿨을 세웠다. 필립스 가족은 원래 매사츄세츠 주 앤도버 시에서 공장(Mill)을 운영하는 부자집안 이었다.죤 필립스 박사도 그곳에서 살았었으나 후에 뉴햄프셔주 엑시터시에서 공장을 경영하고 있었다.
존 필립스 박사는 앤도버 창립 때 3만 1천 달러 그리고 엑시터 창립 때에는 6만 달러를 기부했다. 그리고는 9만달러에 달하는 유산 중 3분의 2는 엑시터에 나머지는 앤도버에 남겼다. 앤도버의 공식적 창립자는 사무엘 필립스 주니어이나 앤도버가 발행한 “A League of Own”를 보면 그의 아버지인 사무엘 필립스 시니어와 삼촌인 존 필립스 박사가 기부금을 주고 설립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그 때 약관 26세인 사무엘 필립스 주니어는 공식적 창립자라는 한정된 역할을 맡지 않았나 생각된다.
[전문가 칼럼-미국의 보딩스쿨(5)]엑시터와 엔도버[LA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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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이어 미국 10대 보딩스쿨 중에서도 1,2위를 차지하는 엑시터와 엔도버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두 학교는 설립이념과 교훈이 같다. 이 점은 독창성을 중요시하는 미국에서 의구심이 나게 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죤 필립스박사가 두 학교 창립에 관여했다는 것이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해 준다.
두 학교의 교육이념은 학교 헌법과 그와 관련된 인쇄물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앤도버의 인장(Seal)은 1782년 폴 리비어(Paul Revere)가 만들었다. 엑시터는 1784년부터 이 인장을 약간 변형시켜 사용하다가 1952년에 찰스 카폰(Charles Capon)에 의뢰해서 다시 만들었다. 이 두 인장에는 교훈인 finis origine pendet(끝은 시작에 달렸다)와 non sibi(나를 위하지 않는)가 새겨져 있다. “끝은 시작에 달렸다” 는 인생에 있어서 좋은 시작의 중요성을 의미하며 그 시작은 여기서 엑시터와 앤도버의 교육을 의미한다. 끝은 졸업생들이 이룩한 혹은 이룩할 업적을 말한다.
엑시터의 인장에는 non sibi(나를 위하지 않는)가 태양 안에 쓰여져 있는데 이는 태양같이 남을 비추는 역할을 하라는 뜻이다. “나를 위하지 않는” 이란 말은 나만을 위해서 살지 말고 자신과 남을 위해서 돕고 살라는 뜻이다. 나를 위해 살면 한계와 절망을 느낄 수 있지만 이웃, 나라, 세계를 위해서 살면 끝이 없으며 희망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인장들 안에는 나무와 벌들이 날아가는 모습이 그려져 있는데 이것은 앤도버 창립자 사무엘 필립스 2세의 생각인 근면의 중요성이 반영된 것으로 벌같이 열심히 일하며 공부하라는 뜻이다. 앤도버 인장에 있는 나무의 종류는 확인할 수 없으나 엑시터 인장에는 소나무와 참나무가 그려져 있다. 소나무는 뉴잉글랜드를 뜻하며 참나무는 작은 도토리가 커서 단단하고 큰 참나무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엑시터 인장에만 유독히 희랍어인 Chariti Theou (하나님의 은총으로)라는 글이 적혀있는데 그 글에는 죤 필립스 박사의 엑시터가 종교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갖기 바라는 뜻이 담겼다.
1778년에 쓰여진 앤도버 헌법에 “youth from every quarter(모든 곳에서 온 젊은이들)”을 가르쳐서 “goodness and knowledge(덕과 지식)”을 이해하게 하라는 글이 나온다. 1781년에 죤 필립스박사 부부가 엑시터에 재산을 주면서 만든 기부 등기(Deed of Gift)에도 같은 글이 있다.
죤 필립스박사는 엑시터의 교육사명을 “무엇보다도 선생님들은 그들의 위탁 하에 있는 학생들의 마음과 도덕성의 성향에 주의를 주는 것이 다른 책임보다 클 것이다. 지식이 없는 덕은 연약하지만 덕이 없는 지식은 위험하다. 두 가지가 합쳐서 고귀한 성격을 형성할 때 인류에 도움이 되는 확실한 반석을 세울 수 있다” 라고 말했다. 죤 필립스 박사의 이 말은 그 후 많은 사람들에 의해서 인용되었다. 예일대 법과대학 해롤드 고(Harold Ko)학장을 포함 여섯 형제 자매를 세계적인 석학으로 키운 고광림박사도 자녀들에게 늘 덕과 지식을 강조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