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셀폰으로 알게된 우려스런 승연이의 따뜻한 마음

박중련 2009. 3. 18. 23:46

 

이글을 읽기전에 승연이가 첼로 키는 장면을 youtube에서 켜놓고 minimize 하면 더욱실감이 있습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Ur82xaqhLwM

 

우리가족은 셀폰 5개까지 염가로 사용할 수 있는 AT&T 가족 프랜에 들어있는데 나이어린 승연이를 제외한 가족 4명이 셀폰을 사용하고 있었다. 승연이 몫은 친구 아들이 뉴욕에 1년 유학와 있을 때 빌려주었고, 그가 한국으로 돌아간 후에는 사업을 하는 처사촌이 미국에 출장오면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비록 그가 미국을 방문하는 것은 일년에 2-3주 이지만 미국 전역을 다니기 때문에 출장이 끝나도 셀폰을 항상 한국에 갖고 가야했다

 

그런데 어제 처사촌으로부터 빌려주었던 셀폰을 영구히 돌려받게 되었다. 나는 이번 기회에 그 셀폰을 엄마 것을 가지고 친구들과 연락해왔던 승연이에게 주려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비록 중고이지만 예쁘게 포장해서 그가 버겐 유스 오케스트라 연습에서 돌아오는 저녁시간에 건네 주는 깜짝쇼를 기획했다. 포장을 풀은 승연이는 그것이 자신이 갖고 싶어했던 셀폰인 것을 확인하고는 어쩔줄을 몰라했다. 그러나 오빠와 언니가 고등학교때 가서야 셀폰을 가졌던 것을 기억하면서, 자신은 이제 겨우 6학년인데 이런 걸 갖게되면 버릇이 나빠질 수 있다면서 능청을 떨기도 했다. 그는 능숙한 솜씨로 셀폰의 기능들을 확인하고는 친구들 전화번호를 입력하며 놀다가, 그것을 머리맡에 두고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승연이는 간증할 것이 있다면서 엄마에게 다가왔다. 어제 저녁 오케스트라에서 연습을 할 때 자신의 개인 레슨 선생님 아들인 8살짜리 노아(Noah)가 첼로 활을 갖고 오지 않아서 자기 것을 빌려주고 자신은 2시간 동안 손가락으로 플럭(Pluck)하는 동작만했다고 했다. 그래서 하나님이 자신의 선한 행동을 보고 셀폰을 선물로 주셨다는 말을 실감있게 했다. 그가 친구를 사랑하며 도에 지나칠 정도로 베푸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정도까지 인지는 몰랐다.


그의 말을 들은 아내는 잠시 머리가 혼란스러워졌다고 한다. 아내가 염려했던 것은 이러한 생각을 갖고 사는 승연이가 남들로 부터 비슷한 기대를 했을 때 받을 수 있는 마음의 상처와  도가 지나친 선한행동이 우매한 행동으로 보여지는 우리사회의 분위기때문 이었다. 그녀의 행동은 이번 부활절 주간에 그가  고백한 또 하나의 사건과도 맥을 같이한다. 승연이는 그녀의 현재 건강상태 때문에 끼니를 걸러서는 안되었지만, 이번 부활절 주간을 맞이하면서 한 주간 점심을 거르고 거기서 저축된 런치머니를 좋은 일에 쓰겠다고 내놓았다. 그리고 어느날 그는 학교에서 600여 락커를 한 손으로 쭉 만지며 걸어가면서 그들 영혼에 주님이 함께하시며 축복을 해주십사고 눈물을 흘리며 기도를 했다고 한다. 자기 것을 전부 내주는 것은 우매한 행동이라고 말하는 부모, 그녀의 건강상 금식은 몸에 해롭다고 말하는 부모, 분명히 그녀는 그러한 부모보다 더 큰 사랑을 베푸는 큰 그릇이 되어있었다.

 

연습 2시간동안 손가락 동작만 해야했던 승연이를 보는 어린 노아의 마음에는 그가 어떻게 비춰졌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차라리 그가 1시간을 쓰고 남은 1시간을 빌려주었다면 8살짜리 노아가 나눔의 정을 더 느꼈을지도 모른다.  주는 사람도 기쁘고 받는 사람도 감사히 여겨야 하는데 아내는 '이것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고 한다.  아내가 승연이에게 그것은 적절한 행동이 아니었다고 하니까, 그는 "엄마는 믿는 사람이 어떻게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자신에게 야단을 칠 수 있냐"면서 울면서 학교를 갔다고 한다.


이 글을 쓰는 동안 나는 하나님이 정말 그의 선한행동을 보고 아빠를 통해 셀폰을 계획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승연이야 말로 우리 부부도 하지 못하는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이때 우리가 그에게 어떤 조언을 주어야 할까? 그러한 생활을 계속할 수 있게 격려해 주어야 할까?  아니면 냉혹한 그가 현실을 극복하지 못하고 마음의 상처를 받을 까봐, 사회의 가치관대로 적당히 맞춰살라고 해야 할까? 전자가 분명히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삶이지만, 후자가 우리에게 훨씬 쉬운 삶이기도 하다.  승연이의 따뜻한 마음은 누구나 가질 수 없는 하나님이 그에게 주신 은사이다. 우리부부는 그가 계속 그러한 사랑을 품고 살 수 있게 격려해주고 도와주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