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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 폴스의 Owen Labrie 사건을 대하면서

박중련 2015. 10. 20. 08:47

 

 

세인트 폴스 (St. Paul's School의 전경)

 

2015  8, 미국의 언론은 O.J. Simpson 사건 때와 같이 미국 명문보딩스쿨인 세인트 폴스 스쿨(이하 세인트 폴스”)  고교생의 미성년자 강간 사건 법정공방을 대대적으로 보도하였다. 케리 국무부장관의 모교이어서 사건과 아무 관계 없는 그가 매번 이 학교 졸업생으로 언급되면서 본의 아니게 이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 중 한 명이 되었다. 사건의 내용은 세인트 폴스에 졸업반 12학년 남학생들이 후배 여학생들과 가볍게는 스킨쉽부터 성관계까지 맺는 선배에게 경의(Senior Salute)”라는 전통에서 기인되었다. 언론에서는 예일대학의 스컬앤 본스와 같이 비밀스럽게 오래동안 내려오는 전통같이 표현했지만, 졸업생들에 의하면 생긴지 2-3년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남학생들은 만나는 비밀장소로 보일러 실이나 건물 옥상을 이용했는데 열쇠는 선배들로부터 복사된 것을 물려 받아 돌아가며 사용해 왔다. 이 의식에 참여한 남학생들은 몇명의 여학생들과 관계를 맺었는지 성적을 메기며 경쟁까지 했다. 한동안 실시간으로 메겨지는 성적표를 세탁기 뒤에 적었는데 어느날 학교 관계자에 의해서 지워진 것으로 봐서 학교가 충분히 예방할 수도 있는 사건이었다.

 

 

2014 6 교장상(Rector’s Award) 받고 하버드로 진학하게 라브리에(Owen Labrie) 군은 당시 15세의 9학년 여학생과 이 전통의식으로 만나서 성관계를 맺었. 이 여학생이 라브리에의 관심을 끈건 동기생인 그녀의 언니와 이미 성관계를 맺은 상태에서 자매를 정복하고 어린 처녀 여학생을 범함으로서 동료들로부터 우월감을 느끼려고 했다는 것이 검찰의 분석이다. 여하간 여학생은 자발적으로 의식에 참여했지만 섹스는 불허했는데 강간 당했다고 말하고, 남학생은 섹스를 는 찰나에 신의 영감(divine inspiration) 받아 순간적으로 멈춰서 강간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마치 클린턴이 마리화나를 입에 대었는데 입은 안했다는 주장과 비슷했다. 이 남학생은 동료들에게 그 여학생과 관계를 맺었던걸 자랑하고 다녔음에도 재치있게 부정할 수 있는 논리를 폈다. 결론은 그 남학생은 법정으로 부터 미성년자 강간죄로 판결을 받았고 1년간 감옥생활과 평생 성범죄자로서 자신의 위치를 주거하는 타운에 보고해야 한다. 세인트 폴스도 그에게 영원히 학교접근 금지령을 내렸다. 라브리에 군은 현재 이 케이스를 상고 했는데, 그가 삭제한 200여개의 이멜 메시지를 추려나가는 검찰이 언제 증거 인멸죄까지 추가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세인트 폴스는 총 학생수가 500여명 밖에 안되는 가족과 같은 분위기의 학교이다. 만약 졸업반 150명 중에서 70명이 남학생이라고 가정할때 10%인 7명이 후배 여학생 5명씩을 상대했고, 여학생들이 9학년부터 3년간 노출된다면 여학생 상당 퍼센티지가 관련될 수 도 있는 엄청난 일이다. 사건 때문에 그동안 잊고 싶었던 예전의 성범죄 사건들을 포함한 불미스러운 일들이 다시 언론에 조명되면서 학교는 명예에  지울 수 없는 타격을 받았다.  

 

 

라브리에 군은 미국의 3대 보딩스쿨 중에 하나인 세인트 폴스의 자랑스러운 얼굴이었기에 우리에게 더욱 큰 충격적이었다. 우리가 보통 미국의 명문 보딩스쿨을 이야기 할 때면 인성교육을 장점으로 꼽는다. 나는 세인트 폴스가 성공회에서 세운 명문보딩스쿨이고 그동안 훌륭한 동문들을 많이 배출했기에 그에 걸맞는 인성교육을 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학교의 교육목적이 무었인가를 웹사이트에서 찾아보았다. 교육목적은 하늘나라에서도 가치를 인정받는 지식을 배우자 (“Let us learn those things on earth the knowledge of which continues in Heaven.) “ 이다.  윤리강령(Honor Code)에는, “정직하고, 공손하고, 친절한 세인트 폴스 커뮤니티의 일원이 되자 (To live honorably, we as members of the St. Paul’s community strive to be truthful, respectful and kind.)”라는 말이있다. 특이한 점은 종교기관에서 세운 학교답게 학교의 기도(School Prayer)가 하나님 아버지, 저희에게 삶의 즐거움속에서, 남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을 잊지 않게 도와 주소서. 친구관계에서도 이기적이지 말고, 우리보다 행복한 사람들을 기억하며 남들의 고통을 적극적으로 덜어주게 도와주소서. (Grant, O Lord, that in all the joys of life we may never forget to be kind. Help us to be unselfish in friendship, thoughtful of those less happy than ourselves, and eager to bear the burdens of others; through Jesus Christ our Savior. Amen)”있다. 

 

 

 

이러한 내용들을 요약하면 세인트 폴스에서는 친절, 공손, 정직, 무욕, 고통분담등을 추구하고 있다. 비교적 추상적인데 가장 눈에 띄는 단어는 "친절(kindness)"이다. 엑시터와 앤도버가 공유하고 있는 Non Sibi 나를 위하지 않는” 희생정신과는 차이가 있다. 세인트 폴스의 친절은 순수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아름다운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친절이란 보통 범죄자들이 범행할 때 미끼로 던질 수 있는 행동이 아닌가? 라브리에는 "여자에게 잘보여 유인한 다음, 뒤통수('성관계'를 비유로 나타냈음)를 치고, 쓰레기 통에 버리겠다.' "세상의 책에 나오는 여자를 유인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무시무시한 말을 자신의 이멜에 남겼다. 실제로 그는 친절을 자신의 범행에 미끼로 사용했다.

 

어느날 재판이 끝난 후 학교에 다시온 피해자인 여학생에게 버스에 내리던 남자 아이스하키부 전원이 정지상태에서 따가운 시선을 주었다고 고백했다.  보딩스쿨에서 라브리에 사건과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집단이 과격한 운동을 하는 남자 아이스하키부이다. 실제로 어느 명문 보딩스쿨에서 아이스하키부 학생들이 한 여학생에게 집단 성폭행한 적도 있었다. 현재 11학년인 이 여학생은 세인트 폴스를 떠난 상태이다. 세인트 폴스 커뮤니티는 이 여학생의 고통을 보듬어 줄 수 있는 기회마저도 놓치고 말았다.  

 

미국의 공립학교나 보딩스쿨들은 모두 기억하고 싶지 않는 크고 작은 사건들을 갖고 있다. 또 일부는 이러한 일들은 고등학교 생활에서 수없이 일어나고 세인트 폴스가 명문이기 때문에 언론에 알려졌다며 사안의 중요성을 폄하하기도 한다.그러나 하버드출신의 생산적인 사회인이 될 수 있었던 학생이 평생 성범죄란 주홍글씨를 갖고 살아야 하는 것에 대해, 학생의 일거수 일투족을 책임지는 보딩스쿨이 교육과 관리에서 소홀했다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이 시점에서 엑시터의 설립자 John Phillips가 Mission에서 남긴말을 되세겨 보고자 한다. 무엇보다도 교사들은 자신들의 관리하에 있는 젊은이들의 지성과 도덕심 성향에 관심을 갖고 최대한으로 힘써주길 바랍니다. 착하고 지식이 없으면 세상살기에 능력이 부치고 약하나 선한마음이 없는 지식은 세상에 해악을 끼친다 것을 숙지하고, 선한마음과 지식을 합해서 고귀한 성격을 형성시키고 인류에게 유익한 가장 확실한 기초를 다지도록 해주길 바랍니다 엑시터에서는 매 학년초 전교생에게 이 구문을 설립자의 기부조건 조항에 따라 교장선생님이 글자하나 틀리지 않고 234년간 낭독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