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티셀로 건설을 포함해서 대대적인 공사를 하고 있는 토마스 제퍼슨 과학고등학교 전경 청사진(Source: Ballou Justice Upton Architechts)
이번 하버드와 스탠포드 동시 입학사건으로 한국과 미국교포사회에 부각된 토마스 제퍼슨 과학고등학교(TJ)에 대해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할 것이다. 나는 "세계 1%를 꿈꾸면 두려움없이 떠나라." 책에서 미국의 몇몇 대표적 특목고들을 소개했는데 그 중에 하나가 TJ였다. 항상 이 학교의 행보에 대해서 관심있게 봐왔기에 TJ에 대한 나의 견해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재학생 구성원의 사회 경제적 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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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J는 북부 버지니아주의 Fairfax County를 둘러싸고 있는 4개 카운티, Fairfax 시와 Falls Church 주민 만이 지원할 수 있는 과학고이다. 이 지역의 2012년 인구통계를 보면 약 280만명인데, 버지니아 주 부유층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참고로 서울시의 강남, 서초, 송파, 양천, 노원구를 합한 인구 정도다. 이 인구 풀에서 연 450명 정도 학생을 9학년 때 선발하는데, 9-12학년까지 합하면 약 1600명 정도 된다.
서울과학고는 서울시에서 가장 우수한 학생들을 성적순으로 선발하지만 TJ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미국에는 대단위 도시나 타운별로 교육청이 있다. 4개 카운티와 2개 도시가 이 학교예산을 지원하는데, 도시는 큰 인구 풀에서 우수한 학생들을 쿼타에 따라 성적순으로 선발하고, 카운티는 아주 적은 타운도 배려해서 선발해야 한다. 그래서 같은 TJ학생이어도 우수한 학생들이 비교적 많은 곳과 그렇지 않은 곳에서 온 학생들 간에는 실력차가 존재한다. 첨단교육의 기회를 지역 전반에 걸쳐 균등하게 주기 위해서다. 그리고 자기가 소속된 학군은 그 학생에게 배당된 예산을 TJ에다 보내게 된다. 따라서 한 학군에서 학생들을 많이 보내게 되면, 그 학군내 학교의 대입성적이 낮아지고, 학교 고정비용을 커버하기 힘들기 때문에 학군이 어려운 처지에 놓일 수 있다. 일반 과학고들은 9학년에게만 문호를 개방하지만, TJ는 그외 학년에도 편입할 수 있어서, 실력만 갖추면 언제나 학교 문을 두드릴 수 있다.
아시안 학생 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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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J의 인종분포는 미국에 있는 어느 과학고나 마찬가지로 아시안이 약 60%에 이른다. 다시 말해서 아시안들이 인종차별없이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다. 이렇게 아시안들이 명문보딩스쿨에 비해서 많은 것은, 공립의 특성상 객관적인 기준에 의해서 학생들을 선발하기 때문이다, 아시안 학생들이 중학교 내신 성적과 수능실력이 월등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참고로 엑시터와 앤도버의 아시안 학생 %는 20%와 17%이다.
명문대학 입학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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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J는 과학고 이어서 이공계 학생들에게 천국이다. 2014년 졸업생의 SAT 성적은 평균 2,183이 었는데, 이 점수는 보딩스쿨 중에서 평균 SAT점수가 가장 높은 필립스 엑시터보다 약 80-90점 높다. 2014년도 424명 졸업생들의 대학합격 성적은 가장 많이 합격시킨 순서로 MIT 16명, 프린스턴 11명, 유펜 10명, 스탠포드 10명이다. 다른 대학들은 입학허가가 9명 이하여서 TJ 웹사이트에 실리지 않았다. 여기에는 중복 입학허가생들이 포함되어서 위의 4 대학에 47명에서 실제로는 약 70%정도인 33명 (7.8%)정도가 등록했을 것이다. 만약 다른 아이비대학에 최고 9명까지 합격허가 를 받았다면 모두 101명이며 그 중 약 70명(16.5%)정도가 아이비리그 대학들과 스탠포드 MIT에 진학한 셈이다. 이 통계는 학교 명성에 비하면 낮은 편이다.
TJ학생들은 명문 주립대학인 버지니아대학에 연 100명 정도 진학한다. 버지니아대학은 공립아이비로 이곳에 진학하는 졸업생들 중에는 경제적인 이유로 타 명문사립대학이나 아이비리그대학을 포기한 학생들도 있지만, 신입생 평균실력보다 못하지만 버지니아 주민으로서 입학혜택을 받은 학생들도 있다. 졸업생의 약 반이상이 미국의 명문대학에 진학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엑시터, 앤도버와 명문대학 진학율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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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J의 4개 명문대학 진학율과 엑시터와 앤도버의 진학율을 비교해 보자. 엑시터는 지난 3년간 위 대학에 M.I.T. 21명, 프린스턴 27명, 유펜 18명, 스탠포드 19명 총 83명을 진학시켰다. 연평균 28명인 격이다. 졸업생(300명) 대비 연 진학율은 9.3%이다. 앤도버는 2014년에 312명을 졸업시켜서, MIT 2명, 프린스턴 4명, 유펜 16명, 스탠포드 8명을 진학시켰다. 졸업생 대비 진학율은 9.6%이다. 엑시터는 과학도가 많이 몰리는 M.I.T.와 프린스턴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예를 들면, 미국 최강인 엑시터수학팀 멤버 중에 수학천재인 Alex Song은 7학년 때부터 국제 수학올림피아드에 캐나다 대표로 나가서 지금까지 금메달 5개, 동메달 1개를 받았다. 그는 2015 International Math Olympiad에선 만점을 받고 1등을 했는데, 프린스턴을 선택했다.
2008년과 2014년의 통계를 비교하면 TJ 졸업생들의 선호하는 대학이 변해가는 것을 알 수 있다. 2008년에는 프린스턴대학에 23명이 입학허가가 나왔는데, 2014년을 보면 그 숫자가 11명으로 줄었다. 대신에 M.I.T.는 2014년에 8명 에서 2014년에는 16명으로 늘어났다. TJ 학생들의 대학선호도나 대학의 TJ 선호도가 바뀌어가고 있음을 말해준다. TJ는 예전에는 순수과학이 뛰어난 프린스턴대학에 미국서 가장 많은 학생수를 진학시켰는데, 이제는 그 타이틀을 연15명 정도 진학시키는 프린스턴대학 부근의 명문 보딩스쿨인 로렌스빌에 물려주었다.
수학 올림피아드 성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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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고로서 수학올림피아드 성적은 자존심이 걸린 일이다. 미국에서는 세계수학경시대회인 International Math Olympiad에 출전하는 학생들을 선발시 두 시스템을 사용한다. 12학년까지 모든 학생들에게 열려있는 USAMO 시스템과 10학년까지 학생들에게 열려있는 USJAMO 이다. 2015년에 USAMO에 선발된 학생수는 281명이고 USJAMO에 선발된 학생은 244명이다. 500여명 학생 중에 최고 많은 수의 학생을 당선시킨 학교 명단은 아래와 같다. TJ만 과학고이고, 버겐아카데미는 주로 과학분야에 치중하지만 비즈니스 과정도 있는 특목고이며, 인터레이크와 몽고메리는 공립영재고등학교이다. 그리고 엑시터와 앤도버는 문과와 이과가 고루 뛰어난 명문 보딩스쿨이다.
USAMO USJA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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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J (VA) 13 5
Phillips Exeter (NH) 8 10
Interlake High School (WA) 4 7
Montgomery Blair High (MD) 8 2
Bergen Academies (NJ) 6 4
Phillips Andover (MA) 2 7
여기서 선발된 학생들 중에서 USAMO의 30-40명과 USJAMO의 10여명 모두 50명 정도가 Math Olympiad Summer Program(MOSP)에 초대 되고, 거기서 미국수학대표팀 6명이 선정된다. TJ는 USAMO 281명 안에 최다인 13명을 배출했지만 Top 23에는 한 명도 배출 못했다. 반면에 엑시터는 USAMO Top 30에 6명을 배출했다, 엑시터는 2015년에 7명을 MOSP에 보냈는데, 6명씩 선발하는 미국/캐나다 대표팀에 2명 이상 많게는 4명까지도 배출해 왔다. TJ가 뉴욕의 스타이브슨트 과학고보다 과학고로서 더 주목을 받았던 것은 그동안 미국의 수학과 과학경시대회에서 상을 휩쓸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은 약간 주춤한 상태이다. 북부 버지니아지역의 수학영재들은 고등학교 진학할때 엑시터의 끈질긴 유혹에 따라가느냐 TJ에 남느냐 하는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엑시터는 부모의 소득이 7만5천불 이하이면 공립인 TJ와 마찬가지로 학비가 전액 면제이다.
최근 엑시터에 비해 저조한 수학팀 성적을 낸 앤도버가 1990년대에는 엑시터보다 강했었다. 아마 아무도 믿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엑시터가 미국수학대표팀 코치 Feng 선생을 영입하면서 2000년 초부터 상황이 뒤 바뀌었다. 이제 엑시터는 수학팀 2진이 전국대회에서 엑시터 1진에 이어 2등을 할 정도로 막강한 수학팀을 보유하고 있다.
참고로 2015년 미국 물리 올림피아드 팀에 선발된 20명 중에 TJ는 한 학교 중 가장 많은 3명을 배출했다.
재단 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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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J는 공립이어서 주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된다. 억만장자 독지가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TJ가 공립인 텍사스대학과 같이 엄청난 규모의 재단을 갖게 되기는 힘들것이다 (참고로 TJ보다 학생수에서 60%정도 되는 엑시터와 앤도버의 2014년도 재단규모는 각각 12억달러와 10억달러이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이 마음만 먹으면 세금을 더 걷어서 이번과 같이 거의 1억달러에 달하는 대대적인 공사를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아마도 이번에는 장기 채권을 발행해서 주민들이 내는 세금으로 충족해 나갈 것이다. 현재 TJ는 토마스 제퍼슨이 디자인한 버지니아대학의 몬티셀로를 그대로 복사해서 세우고 모든 시설을 최고 수준으로 바꾸는 공사를 하고 있다. 이런 것에 비추어 보면 TJ는 미국에서 가장 지역주민의 사랑을 받는 과학고라고 생각된다.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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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J는 미국의 가장 성공적인 과학고 중에 하나이며, 그동안 각종 수학이나 과학 경시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 왔다. 한국사람들에게 관심있는 대학진학율과 수학경시대회 성적은 예전에 비해 많이 떨어졌고, 일반인들 생각보다는 저조한 편이다. 그러나 나는 TJ에서 앞으로 노벨상 수상자가 여러명 나올것을 의심치 않는다. 평균 수능시험이 몇점이냐와 대학진학율이 몇퍼센트냐 하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학생들이 과학에 몰입하고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주고 있기때문이다. 북부버지니아 사람들이 이번에 8천9백만달러를 투자해 대대적으로 학교시설을 개발 확충하고 있다. 이제 TJ 학생들은 고등학교 분위기 보다는 고풍스런 버지니아대학의 분위기를 현대적으로 살린 멋진 곳에서 공부할 수 있게 되었다. 분명히 이 학교에는 통계에서 찾아 볼 수 없는 미래의 아인슈타인이나 저커버그들이 묵묵히 연구하며 자신의 꿈을 실현해 나가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