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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 보딩스쿨 대학진학 발표의 불편한 진실

박중련 2013. 4. 28. 01:11


           미국에서 가장 수려한 곳 중에 하나로 알려진 코네티컷 주 서부에 위치한 하치키스 스쿨의 전경


대학신입생 발표가 지나고 대기자 입학생 유입도 끝날때 쯤 되면 각 보딩스쿨마다 대학진학성적 통계를 내고 발표하게 된다. 가장 자랑하고 싶은 학교가 먼저 발표하는 것은 우리 누구나 갖고 있는 심리이다. 나는 "세계 1%를 꿈꾸면 두려움 없이 떠나라" 책을 쓰게되면서 각 보딩스쿨들의 웹사이트를 구석구석 방문해왔고 그 학교들의 발표 경향을 느낄 수 있었다.  


영원한 라이벌 엑시터와 앤도버의 엇갈린 행보


Phillips Exeter(엑시터)의 경우 4-5년 전만 하더라도 대학입학성적을 3년을 합산통계해서 학교 웹사이트  College Counseling Office 안의  CCO Library 링크에 걸어놨었다. 엑시터는 그동안 들쑥 날쑥 했지만 하버드에 15명 내외를 보냈고 그외 MIT 와 프린스턴에서 비교적 강세를 보였다. 엑시터의는 보고는 되어있지만  찾기 힘든 장소에 있었기 때문에 사실 안되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Update도 자주 늦어져서 거의 다음해 성적이 나올때 쯤 전년도 실적을 보고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엑시터는 한 번도 통계를 걸른 적은 없다.  최근에는 눈에 뛰기 쉬운 College Counselling 사이트 오른쪽 위 코너에 넓은 자리를 할애해서 링크하기 쉽게 만들었다. 예년에 비해서 대학입학성적이 더 좋아진 것이 없는데도 사이트 방문객들을 배려한 점은 높이 살만하다. 엑시터는 졸업생 300명중에서 1/3 정도가 아이비와 스탠포드, MIT, Amherst, Williams, Swarthmore 대학에 진학한다. 굳이 앤도버와 비교를 한다면 엑시터는 프린스턴,  MIT, Williams에 앤도버는 예일, 스탠포드 Amherst에 상대방보다 더 많은 학생들을 보내는 것이 다르다.


Phillips Andover(앤도버)는 대학입학 발표를 누구보다 가장 먼저 자세히 하던 학교이다. 지난 5년간 1명상 입학한 대학을 5년 컬럼을 만들어서 나타냈었다. 4-5년 전만 해도 5년간 하버드대학 입학이 100명이 넘어서 마의 숫자 100이 학교선전에 자주 등장했다. 당시 그 성적은 하버드에 25명정도 씩 보내는 보스턴시의 영재학교인 Boston Latin School에 뒤 이은 두 번째로 높은 숫자이다.  (보스턴 라틴은 하버드에 완전히 치중된, 예일 프린스턴에는 단 1-2명 정도만 보내는 하버드의 공급학교이다.) 그런데 2012년에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2012년의 비교적 초라해 보이는 대학입학 성적이 5년 통계의 왼쪽끝에 함께 발표되었다가 얼마 안되어서 철거되고, 무의미한 진학 대학교 리스트로 대체되었다.  2012년의 성적이 2010과 2011년에 비해서 안좋았지만 3년을 합산하면 엑시터와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도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다가 최근에 지난 번에 철거됬던 5년 통계가 아닌, 2012년 1년 통계만 발표했다. 아마도 그 사건에 대해서 심각한 내부 논의가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로렌스빌과 세인트 폴스의 해묵은 통계


Lawwrenceville School(로렌스빌)은 지난 7-8년간 놀라운 변신을 했다. 10년전만 하더라도 바로 옆 프린스턴대학의 전통공급학교 명성에 걸맞지않게 연 3-4명밖에 못 보내다가 어느해 부터인가 그곳에 연 15명정도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 숫자는 졸업생 대비 프린스턴 입학률로서는 미 전국에서 가장 높고, 절대 숫자에서는 버지니아에 있는 토마스 제퍼슨 과학고에 이은 2번째 였다. 상대적으로 하버드나 예일에는 훨씬 적은 숫자를 보냈다. 로렌스빌은 다른 보딩스쿨보다 남쪽에 있어서 남부출신들의 듀크대학진학도 적지않다.  로렌스빌은 현재 (2013년 4월26일) 2011년 대학진학통계를 사이트에 올려놓고 있다. 이러한 것이 2012년의 상대적으로 안좋은 대입성적을 보여주기 꺼려서 일 수도 있으나, 전의 비슷한 경우에 놀랍게도 더 좋은 성적이 뒤따른 적이 있다.  


St. Paul's School(세인트 폴스)는 4년 합산 통계를 발표하는데, 현재 학교 사이트에는 1년 전인 2008-2011년 통계가 올라와 있다. 이 통계도 처음 방문한 사람은 찾기가 어렵게 되있다. 공교롭게도 2009-2012년 통계는  boardingschoolreview.com에 올라와 있다. 다시 말하면 세인트 폴스가 2009-2012년 통계를 발표했다가 2008-2011년 것으로 다시 바꿨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세인트 폴스가 왜 그랬을까? 그 이유는 통계 숫자에서 찾아볼 수 있다. 2012년은  세인트 폴스역사에서 지난 4년간 가장 학생들이 진학하는 대학이 하버드(23명)에서 조지타운(27명)으로 바뀐해 였다. 


자취를 감춘 디어필드의 통계


Deerfield Academy(디어필드)는 운동도 매우 잘하고 대학입시 성적도 뛰어난 명문이다. 보딩스쿨입학 부분에서는 앤도버보다 높은 경쟁율을 보였다. 매년 자세하게 독립선언문의 구문자체로  (디어필드 신문이 고풍나는 The Deerfield Scroll이어서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른다.)  대학진학발표를 하던 디어필드가 2012년에는 발표를 멈췄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boardingschoolreview.com에 의하면 2010년에 집계된 지난 5년 합산 대학진학 학생 수에서 조지타운(44명)이 하버드대학(39명)을 월등히 넘어섰다. 아마도 2012년에는 그 변화가 심화되지 않았을까 짐작된다. 그러나 같은 Deerfield 시에 있는 명문 주니어보딩인 이글브룩(Eaglebrook School)도 고등학교 입학성적을 발표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데, 아마 디어필드도 그러한 정책을 택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로턴의 빛바랜 6년 통계 


Groton School(그로턴)의 통계는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1년, 3년, 4년, 5년이 아닌 6년 단위로 발표되었다. 그러나 2008년에는  2004-2008년 5년 통계를 사용했었다. 그로턴도 2006년 통계를 추가시켜야 할 이유와 2012년 통계를 아직 발표하지 않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로턴은 80명의 졸업반 사이즈로 명문보딩스쿨 중에는 가장 작은 규모지만, 명문대학진학율에서 항상 두각을 나타내왔다.


하치키스와 밀턴의 화끈한 발표


반면에 1명까지 가장 신속 정확하게 발표하는 학교들 중에 졸업생 크래스 사이즈가 비슷한 Hotchkiss School(하치키스173명)와 Milton Academy (밀턴, 178명)이 있다. 하치키스는 예일의, 밀턴은 하버드의 공급학교였다. 하치키스는 4년 합산 통계를 발표하는데 2012년의 통계를 보면 예일(28명), 조지타운(25명), 프린스턴(21명), NYU(19명), 미들베리(18명) 순이었다. 반면에 1년 성적만 발표하는 밀턴은 보스턴 컬리지(9명), 콜비 컬리지(9명), 하버드(8명), 터프스(6명), NYU(6명) 순이었다. 이 성적은 밀턴의 10년 전인 2002년 성적 브라운(19명), 하버드(11명), 컬럼비아(9명), 다트머스(8명), 예일(5명)과  엄청난 차이가 있다. 


비록 밀턴은 2012년에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지만 항상 다른학교들 보다 먼저 사이트에 올려놨다. 2012년 한 해를 보면 밀턴이 어떻게 하버드 공급학교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이 학교는 지난 10년간 꾸준히 매년 10여명 이상씩 하버드에 보내왔다.  놀라운 것은 밀턴이 10년전에는 브라운에 19명을 보냈는데 2012년에는 단 2명만 진학시켰다는 사실이다.  명문보딩스쿨과 명문대학의 관계가 어느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말해 준다. 


초트의 모호한 통계기간


디어필드의 자매학교인 Choate Rosemary Hall School (초트)는 5년 통계를 발표하고있다. 다른 학교는 연도를 정확히 기술한 반면, 초트는 지난 5년간 통계("The following show top choices over the past 5 years.")  라고만 말하고있다. 이 방법은 학교입장에서 연도공개를 교묘히 피해간 반면, 언제 통계인가 알고 싶은 사용자의 편의는 고려하지 않은 처사이다. 


초트는 예일 공급학교로 알려져 있으나, 최근통계를 보면 조지타운(48명), NYU(36명), 예일(36명), Boston U.(29명), 컬럼비아(29명),순으로, 예일은  이미 조지타운에  월등히 추월당했고 NYU와 어깨를 나란히하고 있다.  비슷한  졸업반 사이즈(220여명)로,  5년 합산 통계를 낸 로렌스빌의 프린스턴(66명), 조지타운(42명), 유펜(41명), 컬럼비아(39명), NYU(39명) 성적과 비교하면 조지타운과 NYU의 보딩스쿨에서의 위치와 초트의 대학진학성적을 가늠할 수 있다.


명문대학 진학율 랭킹 구매시 주의할 점


위에서 보다시피 모든 명문보딩스쿨들은 제각기 자신들의 방법대로 통계를 발표하고 있다. 따라서 그러한 자료로 연평균을 내어 상대평가하는데는 무리가 있다.  통계의 중요한 변수인 분모 즉 대학지원자 수를  정확히 모두가 발표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일년을 쉬는 학생들을 어떻게 통계에 적용하는가에 따라서도 진학율에 차이를 줄 수 있다. 1년, 3년, 4년, 5년 통계를 연평균으로 하여도 통계학적으로 볼 때 사용해서는 안된다. 가장 정확한 통계는 명문대학이 제공하는 출신고등학교 명단을 사용하고 해당 고등학교로부터 전체 졸업반 학생수나 대학지원자수를 공통적으로 적용해 통계를 구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Wall Street Journal과 Worth Magazine, Forbes 지에서 사용된 바 있었고, 아무도 이 랭킹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매년 update되는 사설 랭킹이 명문대학의 협조를 받고, 명문고등학교의 졸업반 사이즈와 그 해 대학진학을 포기한 학생 수를 대학진학 상담실로 부터 입수해서 정확한 통계를 매긴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그 이유로는 언론사가 통계를 낼 때도 참여를 거부하는 대학들이 있었고, 보딩스쿨들의 대학진학발표 모습을 볼 때 도움받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랭킹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이 점을 판매회사와 email 교신을 통해서 확인한 후에 해야한다. 보통 이러한 회사들은 자신들의 주소와 전화번호를 알리지 않는데, 인터넷 결제가 끝나면, 어디에다가도 하소연 할 수가 없다. 

치솟는 조지타운대학과 뉴욕대학(NYU) 진학율 


현재 명문보딩스쿨 출신들이 가장 많이 진학하는 대학은 조지타운이다. 그래서 이 대학은 미국에서 가장 preppy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지타운은 원래부터 보딩출신들이 많이 진학했기 때문에 우리 눈에 그리 낳설지는 않다. 그러나  20-30년 전만해도 평범한 사립대학으로 여겨졌던 NYU가 가장 인기있는 사립대학으로 부상하면서, 조지타운의 뒤를 바짝 쫗고있는 것은 큰 변화이다. 대학입학율이 바늘구멍 만큼 작은 유펜 와튼스쿨 지망생들이 낙방하면  가는 다음 행선지가 바로 조지타운의 McDonough School과 NYU의 Stern School이다.  예전에는 명문임에도 보딩학생들이 기피했던 미시간대학도 점점 선호하는 대학이 되어가고 있다. 이제는 학생들의 선택과 보딩스쿨 카운슬링 오피스의 대학 평가도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대학들로의 치솟는 진학율이 기존 아이비리그 진학율을 줄였다면, 학교입장에서 볼 때는 결코 달갑지만은 않다.


든든한 재정에 기반을 둔 보딩스쿨의 대반격


앞에서 설명한 명문보딩스쿨들의 대학진학발표 방법에는 법적으로 아무 하자가 없다. 자랑하고 싶은 것은 앞으로 내놓고, 부끄러운 것은 될 수 있는 대로 안보여주는 것이 우리의 심리다. 결론적으로  앞의 이야기는 이제 대학가기가 정말 힘들어 졌다는 것을 단적으로 말해주으며, 모두 이러한 현실을 어떻게 표현하나 고민한 흔적을 느끼리 수 있다.  보딩스쿨의 명문대학 진학율이 내려가는 추세지만, 남녀공학 전환을 늦게해서 입학생 풀에서 손해를 봤던 Lawrenceville School과 The Hill School은 그 흐름을 거스르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보딩스쿨의 천문학적인 재단규모이다.  위의 보딩스쿨들은 모두 수 억달러에 달하는 재단을 갖고 있어서, 언제든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엑시터는 1천명의 재학생을 위해서 보딩스쿨 최대의 10억달러 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그 재원을 바탕으로 부모의 소득이 7만5천달러 이하이면 조건없이 완전무료교육을 해주는 것으로 전환했는데, 이는 미국 전가정의 2/3가 해당된다. 앤도버도 부모의 생활수준을 입학에 반영 안하는 Needs Blind Admission 정책을 택했으나, 재단규모가 엑시터보다 1억5천만 달러 적어서 전체 장학금액수도 상대적으로 적다. 세인트 폴스는 부모 소득이 8만달러이하 이면 무료교육은 아니지만 full financial aid를 주겠다고 공고했고, 그로턴은 부모소득이 7만5천달러 미만이면 학비(tuition)에 한해서 무료로 해주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명문보딩스쿨에 가는 이유는?


엑시터의 경우 대학입학율을 좌시하지는 않지만 그것에 매달리지도 않는다. 코스는 모두 순수학문과 인성교육에 중점적으로 맞춰져 있다. 우리가 미술대학을 나온 학생이면 그림을 잘 그릴 것이라는 생각을 갖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엑시터 외 명문보딩스쿨에 진학하면, 깊은 생각과 뛰어난 표현력, 독립성과 훌륭한 인성을 갖고 졸업할 거라는 기대감을 갖는다.  실제로 졸업생들이 그 기대감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언해 주고 있다. 만약 엑시터가 과학고나 영재학교와 같이 획일된 수학능력을 기준으로 학생을 선발한다면, 대학진학율에서 약간의 진전을 볼 수 있을지 모르나, 그순간 학교는 미국에 존재하는 수많은 과학고나 영재학교들 중 하나가 되 버리고말 것이다. 어느 것과도 다른 진정한 엑시터 교육은 그 의미를 잃어버릴 것이다, Facebook의 마크 저커버그나 다빈치 코드의 저자 댄 브라운을 배출한 엑시터 교육환경을 명문대학에 몇명 더 진학했다는 통계에 빗대어 평가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만약 자녀가 인생을 멋있게 살기를 바란다면 한 번 명문 보딩스쿨들을 생각해 보길 권한다.




엑시터 한인학생들이 엑시터 캠퍼스를 배경으로 만든 이승기의 삭제 뮤직 비데오이다. 2006년 경에 만들어진 이 비데오에는 모두 3명의 한국학생과 하와이 출신 동양학생이 나온다. 모자 쓴 학생은 2008년 졸업생으로 다트머스대학의 스쿼시 팀에서 뛰었고, 여학생은 2008년 졸업생으로 하버드대학에 진학했다. 삭제의 빌미를 제공한 학생이 바로 아들 현열(유펜)이다. 피아노를 함께 치는 학생은 엑시터 수학팀에서 맹 활약했던 현열과 화와이 출신 동기로 MIT에 진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