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31일 저녁 6시경, 아내와 아들 현열이와 긴밀하게 의논하면서 친척들에게 전화를 하고 있었다. 뭔가 상황이 급박히 돌아가는 것 같아 보였다. 알고보니 예전에도 있었던 비영리단체들간에 인터넷 투표 경쟁때문이었는데, 이번에는 기부를 해야 카운트 되기 때문에 아들 현열이는 가까운 친척들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된 엄마가 친척들에게 현열이의 사정을 알리고 있었다. 실제로 이 캠페인은 12월초경부터 시작되었고 현열이가 내게도 간접적으로 알려주었지만 귀담아듣지 않아서 상황을 잘 파악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세계은행에서 중역을 지낸 어느 분이 Global Giving Fund 사이트(www.bit.ly/projectflight )를 만들어서 어느 기간을 설정해 놓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비영리단체에게 기부를 받게 하면서 경쟁을 시키는 캠페인이다. Global Giving Fund에서는 가장 많은 액수를 모금한 팀에게 각각 1등 $3000, 2등 $2000, 3등 $1000을 주고, 가장 많은 참여자를 모은 팀에게는 $2,000을 그리고 그외상금 $300 을 주는 몇몇 항목이 있다. 주최측은 약1만불정도의 상금을 걸고 좋은 일을 하는 비영리단체들이 모금도 할 수 있고 상금도 받을 수 있게하는 캠페인이다.
현열이가 몸담고있는 북부 필라델피아 열악한지역 고등학생들의 대학진학을 돕는 12+는 이 캠페인을 통해서 학생들의 장학금을 모금하기 위해서 단단히 준비를 하고 참여했다. 이 캠페인을 위해서 유투브 동영상도 만들었다. 현열이는 유펜을 나와 잠깐 직장생활을 한 뒤 이 단체에 몸담고 일하기 시작했다. http://www.youtube.com/watch?v=LiwNjhp98TY (이 동영상 마지막에 나오는 동양인이 현열이다.) 미국 전체에서 290여 단체가 참여했는데, 1달이 지난 12월31일 12+가 $15,000 정도로 모금액수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었고, 참여자 수에서는 마지막 순위에서 2위를 한 Cameron Football Development Program에게 6명 정도 뒤져있었다. 앞으로 6시간 안에 12+에 기부한 참여자 순위에서 1등을 하면, 액수최고득점에서 $3,000 그리고 최고 참여자 수에서 $2,000 도합 $5,000 이 학생들 장학금으로 추가될 수 있다. 설립된지 2년여 밖에 안되어서 funding을 받기 힘들어, 이런 인터넷 경쟁 사이트에 매번 참여하는 그들의 모습이 안쓰러웠다. 물론 이런 경쟁을 통해서 지인들에게 그들이 하는 일을 알리고, 상금을 챙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부를 독려하는 일이 쉬운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생각 같아선 The Pak Family Foundation(?)에서 몇 천불 기부를 하고 끝내고 싶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통해 12+를 알리고, 이들의 투표로 아직 6시간 밖에 남지않은 짧은 시간에 모금액과 참가자 수를 최대로 늘려서 5천달러 상금을 받는 것이 현재로선 급선무 였다. 이 6시간은 아들과 아버지가 한조가 되어 끈끈한 정을 나누면서 목표를 향해 뛰라고 하늘이 나에게 준 기회이다. 나는 현열에게 "그래 아빠도 최선을 다하마"하며 그와 하이 파이브를 나웠다. 소매를 걷어올린 나는, 일단 아들로 부터 이 캠페인에 대해서자세한 설명을 듣고. 이멜을 받고 쉽게 기부할 수 있게 문구를 작성했다.
그리고는 지금 이시간 교회에서 송구영신 예배에 준비하거나, 식당에서 친지들과 회포를 풀거나 가족들과 연휴를 맞아 여행을 하고 있을 친지들 120명에게 급히 이멜을 보냈다. 전 캠페인은 투표만 하면 되었던 반면에 이 번 캠페인은 자신의 주소와 이멜을 기입하고, 크레딧카드나 페이팔를 이용해서 최소한 10불이상의 기부를 해야한다. 그래서 그 과정까지 시간과 돈을 쓸 수 있는 사람들이 제한 적일 수 밖에 없다. 전의 체이스 뱅크 캠페인에는 2천명 이상을 동원했지만, 이번 캠페인은 200여명밖에 안되는 이유가 그 만큼 힘들기 때문이다.
이멜을 보낸지 1-2시간 지나니까, 우리의 액수와 참가자수에서 작은 변화가 감지되었다. 마침 송구영신 예배를 준비하기위해 교회에 일찍 도착한 구역식구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가까운 친지에게는 전화로 투표를 확인했다. 이멜은 한국과 홍콩에 있는 친구들에게도 보내졌으며 투표를 마쳤다는 이멜이 속속 도착했다. 후배 치과의사 부부는 크레딧 카드를 찾지못해 서로 상대방이 갖고 있었다고 선의의 부부싸움을 하기도 했고, 어떤 선배는 시카고에 있는 아들과 부부가 그 짧은 시간에 기부를 마쳐 귀중한 3표를 더해 주었다. 또 다른 선배는 동기들과 식당에서 만나는 자리에서 내 이야기를 하고 그 자리에서 스마트 폰으로 모여있는 다른 선배들의 참여를 독려해서 몰표를 가져다 주었다. 나는 시시각각으로 아이폰으로 중간결과를 모니터 하는 현열이와 눈마침을 하면서 우리가 위로 올라갈 때는 엄지를 위로 향했고 반대일 경우에는 아래로 향했다. 나는 그의 눈에서 자기를 위해서 애를 쓰는 아빠를 향한 미안함과 이 경쟁에서 아빠가 끝까지 파이팅을 해주길 바라면서 의지하는 두 모습을 보았다.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피를 말리는 경쟁에 계속되었다. 엎치락 뒤치락 하면서 마감 1분전인 오후 11시 59분에 12+ 가 259대 258로 1표차로 이기고 있었다. 그팀도 대단한 뒷심이 있었다. 현재 상황에서 이길 확율은 50대 50이었다. 자정이 되자 결과 나왔다. 263대 261로 12+가 이겼다. 우리 쪽에서는 12+ 대표의 부모님 2표를 손에 쥐고 있었고, 그쪽에서도 결과적으로 3표정도를 여유로 갖고 막판에 뒤집으려고 했었다. 이순간 우리쪽에서는 그 2표와 한국에 있는 나의 친구와 또 다른 보이지않는 손이 기부를 해서 2표차로 이겼다. 저녁 6시부터 자정까지 48명이 12+를 위해 기부에 참여 했는데 이중 75%인 36명이 나로부터 연락을 받고 한 분들이었고, 그 차이는 그분들이 기부한 $2,000과 그분들이 없었으면 탈 수 없었던 상금 $2,000을 더해 모두 $4,000 이다.
나도 좋은 일에 참여하고 좋은 결과를 내서 기뻤다.그러나 현열이는 한편으로 아빠의 Social Capital에 손상이 갔을까봐 염려하는 눈치였다. 나는 현열이에게 도움을 주신분들에게 마음의 빚을 졌고, 언젠가 그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할 것이다. 6시간의 피말리는 경쟁이 아빠와 아들 사이를 더욱 돈독하게 주었다. 이 경험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소중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2012년 우리가족 크리스마스 영상:
http://www.youtube.com/watch?v=L5IYjETbAP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