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노벨 경제학상 공동수상자 Lloyd Shapley (1940년 엑시터 졸업)
어느 학교나 노벨상 수상자 동문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뉴욕시에 있는 브롱스 사이언스 고등학교는 올해 8번째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브롱스 사이언스의 라이벌인 스타이브슨트 고등학교도 4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다. 그리고 미국의 소수 몇 고등학교에서 3명 씩 배출했다. 그 중의 한 학교가 엑시터의 라이벌인 앤도버이다. 반면에 엑시터는 1971년에 노벨화학상 수상자 한 명만을 배출했다. 나는 엑시터의 두 번째 노벨상 수상자인 2012년 노벨경제학상의 Lloyd Shapley 에 대한 소개와 함께 지난 10년간 엑시터와 앤도버의 묘한 라이벌 관계를 관찰해 오면서 느낀점을 적어볼까 한다..
UCLA 의 수학과 경제학의 명예교수인 Shapley는 엑시터를 1940년에 졸업한 89세 할아버지인데, 그동안 Game Theory로 학문적 명성을 쌓았지만 엑시터의 유명한 동창생 레이더에는 잡히지 않았던 인물이다. Shapley는 자기가 좋아하는 곳과 자신을 좋아하는 곳을 연결해주는 방법에 대한 기초적논리를 제공한 사람이다. 대표적인 예는 미국의 의대 졸업생들이 residency를 지원할 때 지망생들과 병원들이 인터뷰 후 서로의 선호도에 따라 가장 맞는 짝을 찾아주는 시스템이다. 사위가 residency에 지원할때 꽤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이론이 노벨상을 받을 만큼 대단한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다.
Shapley의 아버지는 하버드 대학의 유명한 천문학자였다. 당시의 엑시터 재학생들 중에는 하버드나 예일의 유명한 교수들 자녀들이 적지 않있다. 경제학의 대가인 하버드대학 교수 John K. Galbraith도 아들 Peter Galbraith(주 크로에시아 대사)를, 유명한 하버드대학 역사학 교수인 아서 슈레진저도 그의 아들 아서 슈레진저 주니어를 엑시터에 보냈다. 아서 슈레진저 쥬니어(Arthur Schleginger, Jr.)는 미국의 20세기 최고 사학자로 평가 받는 인물이다. 엑시터는 노벨상 수상자 2명을 배출하게 됨으로서 수상자 1명씩을 배출한 명문보딩스쿨인 초트, 하치키스, 테프트, 세인트폴스, 로렌스빌를 뒤로하고 3명을 보유한 앤도버에 한 발 가깝게 다가갔다.
미국의 대통령 배출 부분에서는 조지 부시 아버지와 아들을 배출한 앤도버가 2:1로 앞선다. 엑시터 출신 14대 대통령 Franklin Pierce 대통령도 인기 없었지만, 아들 조지 부시 대톨령도 엑시터 학생들이 앤도버와 축구경기에서 조롱을 당할 정도로 인기가 없었다. 전직 하원의원과 상원의원의 수를 비교하면 엑시터가 앤도버 보다 월등히 많고 현직 상원의원으로는 두 학교 합해서 엑시터 출신이 노스다코다의 데이비드 콘래드와 웨스트버지니아의 데이빗 록펠러가 전부이다. 주지사에서는 앤도버출신 링컨 채피가 로드아일랜드 주지사로 있다. 매년 끊임없이 이 두 학교 출신들이 선출직에 도전하고 있는데, 현재는 아리조나 주와 코네티컷 주에서 엑시터 출신 주지사나 상원의원이 나올 확율이 높다. 그리고 케네디가에서 유일하게 선출직에 있는 정치인으로는 엑시터, 예일대, 예일대 법대를 나온 케네디 대통령의 조카이며 민주당 부통령 후보이던 사전트 슈라이버의 아들 바비 슈라이버 3세로 그는 현재 캘리포니아 주 산타모니카 시 시장으로 있다.
올해 엑시터와 앤도버 커뮤니티를 강타한 최고의 뉴스는 앤도버 14대 교장에 엑시터 출신인 40세의 John Palfry("팔프리")가 선출된 것이다. 역사가 240년 이상된 두 학교가 그동안 14(앤도버), 15명(엑시터)의 교장을 배출했다. 그들은 학교의 명운을 좌우하게 된다. 나는 모교인 양정고등학교의 엄규백 전 교장선생님을 모시고 엑시터 교장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목적은 양정이 엑시터의 도움을 받아서 하크네스 교육을 한국최초로 실행해 보기위해서 였다. 우리는 대한민국 서울에 있는 양정고등학교에서 왔으며 우리 럭비팀이 서울을 방문했던 영국의 해로우(Harrow School) 팀을 이겼다고 말했다. 그걸로 양정의 소개는 간단히 끝났다. 나는 당시 엑시터 교장 팅그리 박사의 경외롭고 자비스러운 지도자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엑시터나 앤도버의 교장은 미국 교육계의 지도자이다. 놀라운 것은 그동안 앤도버 출신 엑시터 교장이 3명 있었고, 팔프리가 엑시터 출신 2번 째 앤도버 교장이라는 것이다. 엑시터 역사 240년 중에 최소한 50년은 앤도버 출신 교장이 행정을 책임졌고, 퇴임하는 Chase 교장도 지난 20년간을 재직했는데 팔프리가 비교적 젊은 나이인 40세에 교장으로 발탁된 것을 보면 앞으로 20년은 그가 앤도버의 미래를 이끌어 갈 것으로 본다.
팔프리 교장의 이력을 보면 앤도버 교장자리가 예사롭지 않은 곳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있다. 팔프리는 엑시터, 하버드, 옥스포드, 하버드법대를 나와 40세 나이에 하버드 법대 석좌교수로 있었다. 하버드 법대 석좌교수직 보다 앤도버 교장직이 더 영향력있는 자리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시사해주고 있다. 팔프리는 선조 중에 하버드 신학대학 초대학장도 있을 정도로 대단한 명문가 출신이다. 사실 팔프리도 엑시터 동창회에서 잘 알려진 인물은 아니다. 한국과 같은 정서에서는 우리학교 출신 중에도 좋은 사람이 많은데 왜 라이벌 학교출신을 교장으로 앉히느냐며 말이 많았을 것이다. 앤도버 이사회에서는 만장일치로 엑시터 출신인 그를 추천하였다. 앤도버에서는 엑시터출신 교장을 받아들이는 것이 약간 부담스러웠는지 굳이 이 사실을 밝힐때면 역사적으로 앤도버 출신도 3명이나 엑시터 교장을 했었다는 것을 강조했다. 엑시터 교장인 Thomas Hassan(토마스 하산)이 1989년에 엑시터에서 대학진학가이드 를 보기 시작했으니 1990년 졸업생인 팔프리가 하산과 교사와 학생으로 인연을 쌓았었을 수도 있다. 하산도 예사로운 사람이 아니다. 그의 부인인 Margaret Hassan이 2012년에 뉴햄프셔 주지사에 당선되었다. 여하간 상대 학교 출신을 교장으로 앉히는 경쟁에서 엑시터는 앤도버에 3:2로 졌다(?).
엑시터는 올해 팔프리외에 또 한 동문인 Zachary G. Lehman을 힐스쿨(the Hill School) 교장으로 배출했다. 그는 여러 명문보딩스쿨에서 교사생활과 행정을 맡아왔었다. 그래서 그의 교장직 선출은 충분히 기대할 수 있었다. 엑시터와 앤도버 졸업생 중에서 고등학교 교사를 하는 동문들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명문 보딩스쿨에 교장으로 되는 동문들이 흔하지는 않다. 그렇지만 두 학교에서 근무하던 명망이 있는 교사나 행정가가 그 학교 교장이나 또는 다른 명문 보딩스쿨 교장이 되는 경우는 종종있다. 현 엑시터교장인 하산도 엑시터에서 교사에서 교장이 된 케이스 이고, 앤도버 교사들 중에서도 Margarita Curtis가 지난 2006년에 디어필드 아카데미 교장이 되었고, 올해는 Temba Maqubela가 그로턴 스쿨(Groton School) 교장이 되었다. 이 두 학교는 훌륭한 교육행정가를 배출하는 산실 역활을 해오고 있다.
엑시터와 앤도버는 재단의 크기에서도 호각을 다투고 있다. 엑시터는 몇년전에 3억달러 모금 캠페인을 시작해서 2년만에 3억5천만 달러를 달성했다. 그래서 당시에는 총 규모가 10억달러를 넘었다가 2008년의 금융시장의 폭락으로 8억달러로 내려갔다가 지금 다시 9억5천달러에 머물고 있다. 앤도버는 엑시터가 10억달러를 달성했을때 6억달러 정도 였다가 모금 캠페인을 벌여 8억달러 정도로 올라온 상태이다. 두 학교가 정상적인 학교 펀드로서는 1, 2위 이지만 100억달러에 육박하는 하와이의 카메하메라 스쿨과 펜실베이니아 의 밀턴 허쉬 스쿨에 이어 3,4위이다. 학생 수가 천명인 학교가 10억달러 정도의 재단을 갖고 있다면, 학교 재정과 주위의 관섭으로 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졸업생들은 자신들이 배웠던 훌륭한 교육이 영구히 경제 사회적 차별에게 모두에게 공평히 제공되기 바라는 마음에서 기부를 했을 것이다. 지난해 엑시터는 약 5천만달러의 기부금을 받았고, 앤도버도 그에 상응하는 기부금을 받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액수에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졸업생들의 참여도에서 엑시터가 앤도버보다 %가 약간 더 높다. 학교에 대한 애정이 더 강하다고 표현할 수 있겠다.
두 학교의 대결에서 간장 민감한 부분이 명문대학 진학율이다. 아들 현열이가 엑시터에 입학한 시점인 2003년 부터 관심있게 관찰하면서 두 학교의 치열한 경쟁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난 10년간 두 학교의 대학 진학율을 보면 대강 매년 300명의 졸업생 중 100명 정도가 아이비리그, MIT, Stanford, Amherst, Williams, Swarthmore, Oxford, Cambridge 대학에 진학한다. 그리고 50명 정도가 듀크, 시카고, 존스 홉킨스, 노스웨스턴, 조지타운 대학 등에 진학하고 75%정도가 미국의 탑 50 대학에 진학한다.하버드와 예일 입학성적은 비슷하고, 엑시터는 프린스턴, MIT, 윌리엄스에서 우위에, 앤도버는 유펜, 스탠포드, 앰허스트대학에서 우위를 나타내고 있다. 앤도버는 그동안 모든 보딩스쿨 중에서 가장 먼저 지난 5년간의 기록을 상세하게 웹사이트에 올렸었다. 그것은 앤도버의 자신감이었다. 엑시터는 초기에 지난 3년간의 종합성적을 물어봐야 알 수 있는 웹사이트 구석에 올려놓았었다. 아마 하버드의 feeder school 였다는 명성에 비해 매년 12-15명 정도 보내는 초라한 현실을 알리고 싶지 않아서 인지 모른다. 그러다가 몇해 전부터는 눈에 뛰기 쉬운 장소에 전 보다 이른시기에 올려놓고 있다. 지난 10년을 종합해 보면 초기에는 두 학교의 입학성적이 엇 비슷했다가 앤도버가 엑시터보다 약간 더 좋았다. 그러던 중 2012년에 앤도버는 대학입학에서 죽을 쒔다. 이때 앤도버는 예전과 같이 입학성적을 웹사이트에서 잠깐 올려놓았다가 철거하고 진학생 숫자없이 이런저런 대학에 들어갔다는 기록으로 바꾸었다.
또 다른 경쟁은 매년 발표하는 내셔날 메릿스칼라 배출 숫자와 대통령 상 배출 숫자이다. 엑시터와 앤도버는 매년 내셔날 메릿 준결승자를 20-30명 정도를 배출한다. 매년 업치착 뒤치락하는데 작년에는 엑시터가 더 많은 숫자를 배출했고 올해는 앤도버가 29명으로 엑시터보다 1명을 더 배출했다. 앤도버가 이 성적을 웹사이트에 일찌감치 발표한 반면, 엑시터는 아직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웹마스터의 의중은 알 수 없지만 아마도 내 봤자 앤도버에 졌기 때문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명문보딩스쿨들의 내셔날 메릿 준결승 커트라인은 미국의 뉴저지 주와 매사추세츠 주 등과 함께 가장 높은데 이 숫자로 학교의 아카데믹한 면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참고로 엑시터의 2012년도 SAT점수는 2400점 만점에 2099이고 앤도버는 2067이다. 이 두학교는 SAT에 비중을 두지 않고 학문위주로 가르치고 있다. 학생 선발도 시험보다는 창의력과 지도력을 갖춘 성공할 잠재력을 갖고있는 학생을 선발하고 있다. 훌륭한 소설가나 시인 음악가 평론가 가 될 학생들에게 이러한 획일적 점수는 큰 의미가 없다. 엑시터 출신 제2의 찰스 디킨스라고 불리우는 John Irving은 공부를 못해서 엑시터를 유일하게 5년을 다닌 학생이었다. 이 학생에게 SAT점수 가지고 구박을 주었다면 엑시터는 그에게 지옥이었을 것이다. 내셔날 메릿스칼라 배출숫자 외에 매년 141명의 미국 고등학교 졸업생들에게 주는 대통령 상도 약간 민감한 통계이다. 한 주에 2명씩 돌아가지만 엑시터와 앤도버는 전국에서 학생들을 뽑기때문에 매년 최소한 1-2명씩은 배출해 왔다. 누적통계는 엑시터가 미 전국 최고 수준으로 앤도버보다 훨씬 많다.
무엇보다도 두 학교의 자존심을 건 라이벌 전은 엑시터와 앤도버의 연례 미식축구게임이다. 전시즌을 지고도 이 게임에서만 이기면 된다고 할 정도로 중요시 여기는 게임이다. 1878년 부터 시작된 두 학교간의 정기 미식축구전은 하버드와 예일 정기전보다 횟수가 훨씬 많았다. 현재 앤도버가 68승 53패 10 무승부로 앞서고 있는데, 지난 4년간 앤도버가 패했고 아마도 올해 보딩스쿨 최강인 엑시터가 앤도버를 쉽게 이길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작고하신 강영우 박사가 아들 둘을 엑시터와 앤도버에 보낸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그는 엑시터는 부모가 보내고 싶어하는 학교이고, 앤도버는 학생이 가고 싶어하는 말을 남겼다. 같은 필립스 가족이 세운 자매 학교이기 때문에 교훈이 같고 인성교육에 있어서 같은 가치를 공유한다. 그러나 소크라테스식 하크네스 교육을 캐치프래이즈로 하는 엑시터와 달리 앤도버 교육은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이 부족해 보인다. 1950년대에 하버드대학 신문에서 그 학교에 가장 많은 학생을 보내는 엑시터에 대해서 쓴 기사가 있는데, 그때 엑시터와 앤도버를 비교하면서 "두 학교는 여러면에서 비슷하나 엑시터가 학문적으로 더 강렬하다(instense)하다"는 평을 했다. 여하간 두 학교간의 라이벌 관계가 두 학교를 발전시키는 동력이 되왔으며 어느 학교도 상대방을 압도적으로 이기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만큼 그들의 우정은 각별하다. 이 두 학교에서 생활하며 공부한다는 것은 매년 학교당 300명 총 600명 학생들에게 주어진 특권이다. 졸업생들은 이 두 학교의 교육이 그들에게 하버드나 예일대 교육보다 더 나았다고 증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