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열이가 서울에서 Summer Intern을 마치고 돌아온지 며칠 안 된 어느날 밤 11시쯤, 아래층 그의 방쪽에서 누군가 통성으로 기도하는 소리가 들렸다. 고요한 밤에 울려퍼지는 그 소리는 마치 성경에서 나오는 광야에서 처절하게 울부짖으며 기도하는 장면을 연상케 했다. 아내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자초지종을 물었다. 저녁에 현열이가 아내에게 앞으로 1년 후면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시작해야 하는데 그직장이 바른 선택이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혹시 적성에 맞지 않아서 나중에 방황할까봐 걱정스럽고 불안한 모양이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는 자연히 이 주제를 놓고 하나님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는 어렵거나 중요한 일이 있으면 옥상이나 골방 같은 곳에 들어가서 몇 시간이고 통성으로 기도를 한다.
이제 대학 4학년생인 현열이도 직장을 선택해야 한다. 그는 현재 유펜 와튼학부와 문리대에서 복수학위프로그램에 있는데 이번 11월초면 직장선택이 모두 끝나게 되어있다. 신입사원을 채용하는데는 대학 성적과 특별활동 그리고 Summer Job경험이 중요한 잣대로 작용한다. 현열이는 유펜에서 Top 15%정도 성적을 유지했고, 특별활동으로는 1만여 유펜 대학생들 중에 40여명을 선출하는 대학생 의회에서 활동을 했다. 그리고 웨스트 필라델피아 초등학교에서 Tutor 자원봉사를 했다. 그외 유펜 캠퍼스 내에 있는 Grace Community Church에서 소그룹 목자를 하면서 유펜학생들의 성경공부와 목장예배등을 인도했다.
그의 이력서 편집을 도운 적이 있었는데 재미있으면서도 멋적은 해프닝이 있었다. 그는 이력서에 많은 경험을 한 장에 집어넣기위해글씨를 아주 작게 설정했다. 너무 글씨가 작아서 일한 경험하나를 빼야 했는데 본의아니게 소그룹 목자 일 한 것을 건드리게 되었다. 나는 이력서는 고용인이 보고 싶어하는 것을 적어야 하기때문에 개인적인 종교활동을 이력서에 나타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경험이 빠진 것을 알게된 그의 얼굴은 편해보이지 않았다. 10초간의 정적이 흘렀는데, 그때 현열이는 왜 하필 그것이냐고 무언의 시위를 하는 것 같고, 나도 마치 사탄(?)이 된 것과 같은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나는 현열이의 이런 독특한 면이 싫지않았다. 왜냐하면 그가 사회생활도 흐트러지지 않는 모범적인 신앙인의 자세로해왔기 때문이다.
현열이가 어느날 문득 '워너브라더스의 전략기획팀 같은 곳에서 일하면 좋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그의 정확한 의중을 몰랐기 때문에 기회가 있을 때 한 번 물어보겠다고 생각을 했다. 나는 현열이 나이에서는 일반회사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여러회사를 경험할 수 있는 컨설팅이나 증권회사가 좋다고 생각했다. 나도 다른 아빠들 같이 그가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에서 일을 시작했으면하고 바랬지만, 근본적으로는 그가 원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4학년 가을학기가 시작할 때, 유펜에 데려다 주는 차 안에서 나는 그가 직장에 대해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물어보았다. 우리 부자는 축구하러 갈때나 학교에 데려다 줄 때 차안에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눈다, 혹시 여자친구가 있는지, 아니면 남자로서 아빠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지를 물어보기도 한다. 이날은 현열이가 운전을 했는데, 하도 친구들한테 텍스트가 많이와서 내가 그 내용을 현열이에게 전해주고 그의 답변을 대신 텍스트 해주는 격의없는 시간을 가졌다. 자연히 심각한 내용도 쉽게 나눌 수 있는 분위기 였다. 나는 현열이에게 대뜸 워너 브라더스에서 일하는 것 별로라는 말로 운을 떼었다. 그러자 그는 왜 자기가 워너브라더스에서 일을 시작할 거라고 생각하냐면서, 아빠는 혹시 자기가 Goldman Sachs로 가길 바라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현열이의 나에대한 그러한 생각이나 그가 워너브라더스에서 일할지도 모른다는 나의 생각은 모두 빗나간 추측이었다.
그는 자신이 워너 브라더스 이야기를 꺼낸 것은 중국계 영화 프로듀서인 Teddy Zee( http://en.wikipedia.org/wiki/Teddy_Zee) 때문이었다고 한다. Teddy는 코넬과 하버드 MBA를 마치고 동양계로서는 유일하게 할리우드에서 Will Smith가 주연한 Pursuit of Happiness와 같은 대작을 만든 사람인데, 영화사에 가면 그를 만나 볼 수 있다는 생각에서 한 번 말한 것이라고 했다. Teddy는 그 분야에서 성공했을 뿐 아니라 아시안들이 턱높은 할리우드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게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그는 Teddy가 월스트릿으로 가지않고 영화계로 진출한 것을 매우 높게 샀다.
현열이와 Teddy사이에는 둘을 연결시켜줄 수 있는 지인이 한 명있다. 현열이가 13살때, 선댄스 영화 페스티발에서 갖 수상한 한국계 영화감독 마이클 강이 '모텔'이라는 영화를 만들기위해 현열이 나이의 주인공을 캐스팅한 적이 있었다. 현열이는 그 캐스팅에 도전해서 4라운드 마지막까지 가서 고배를 마셨다. 후에 현열이가 KASCON(미국한인대학생회의)의 Programming Manager를 하면서 마이클 강을 섭외할때, 자신이 그때 그 Albert라고 소개했다. KASCON은 미국의 여러대학을 돌아가면서 하는 재미 한인대학생들의 연례회의 인데 유펜에서 개최할때 50여대학에서 500여 대학생들이 참석했으며, 워싱턴 디시의 교욱감인 미셀 리를 포함해서 수십명의 한국계 지도자들이 참석했다. 마이클은 KASCON 강연에서 자신이 갖고 있던 현열이 캐스팅 사진을 참석자들에게 보여주면서 그 아이가 바로 저기 서 있는 현열이라고 말하면서 장내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끌었고, 현열이도 마이클이 그의 영화커리어를 망치게(?)한 사람이라고 말해서 장내 폭소를 자아냈다. Teddy는 현열이와 이러한 에피소드를 갖고 있는 마이클 강이 감독한 '32nd Street' 영화를 프로듀스했다. (참고로 현열이가 고등학교때 아빠를 위해 만든 프로듀스한 동영상을 소개한다. http://www.youtube.com/watch?v=ga97_McY13w)
현열이는 자신도 앞으로 컨설팅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박차고 나가겠다고 한다. 자신도 영화감상과 영상편집을 즐기기 때문에 Teddy와 같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는 내일이 오늘과 같고, 꼬박꼬박 월급이 은행에 입금되는 편안한 생활은 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그는 여름에 일했던 컨설팅회사 Oliver Wyman을 포함해서 4개 정도의 Top Consulting 회사들 중 하나를 선택할 것이다. 그곳에서 문제해결과 비젼 설정하는 일을 배우며 세상의 어떤 환경에서도 회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어가는 능력을 키우겠다는 포부를 말했다. 컨설팅 회사에서 일했던 어느 분은 그곳의 경험이 자신을 세상의 어떤 힘든일이라도 성공적으로 헤쳐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었다고 회고했다.
컨설팅회사 출신으로 성공적인 삶을 사는 사람의 예를 들겠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아프리카를 변화시키는 운동을 하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는 30대 초반의 한국계 미국인이 있다. 예일대학과 노스웨스턴 MBA를 졸업했고 현열이가 여름에 일했던 컨설팅 회사인 Oliver Wyman출신의 앤드류 윤(Andrew Youn)이다. 그는 MBA프로젝트일로 동부아프리카에 체제하면서 아프리카의 빈농들이 제때 씨앗을 뿌리기만 해도 현재 수확을 배로 늘릴 수 있다는 것과 그들에게 씨앗값도 적지 않은 돈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래서 그는 씨앗값을 마이크로 파이낸싱해주고 씨뿌리는 적기에 씨앗을 보내주어 농가의 수확을 증대시켜주는 비영리단체인One Acre Fund를 2006년에 세웠다. 컨셉트는 one Acre 정도에 필요한 곡물 씨앗을 뿌리기 적기에 우편으로 보내주어서 씨앗을 뿌리게 하고, 수확기가 되면 전해에 빌려주었던 씨앗값을 농부에게서 다시 받는 것이다. one Acre에 뿌리는 씨앗값은 한 $40정도 되는데 현재 동부아프리카의 약 2만가구가 이 방법으로 씨앗을 공급받고 있으며 이듬해의 씨앗값 환수율도 98퍼센트나 된다고 한다. 이제는 씨앗 뿐만아니라 비료도 대여해 주고 농경기술도 가르쳐서 농가수입을 확대하고 있다. 이 일은 비즈니스 위크에 소개가 되었고 작년에 eBay의 창업자가 만든 Skoll Foundation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비영리단체에 선정되어 상을 받으면서 세계에 알려졌다. http://www.youtube.com/watch?v=t8uxY37iw1U&feature=related http://www.youtube.com/watch?v=xOmG0fQ91mU 컨설팅 경험은 이런 행정기관, 비영리 단체 운영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적용할 수 있다. 현열이도 이들과 같이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다가 자신의 열정이 인도하는 곳에 기회가 오면 대담하게 도전을 하겠다고 한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모르는 사이에 유펜에 도착했다. 아들의 짐을 다 내리고 그가 자기 방을 향해서 넘치는 카트를 끌고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그의 직장에 대한 생각이 나의 단순한 수준을 훨씬 넘어선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그가 엑시터에서 가르쳐 준 '나를 위하지 않는(Non-Sibi)'정신에 기초한 남들과 다른 멋있는 삶을 살거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한때나마 현열이가 Goldman Sachs에 갔으면 어떨까하고 생각해 봤던 나의 모습이 매우 초라하게 느껴졌다. 고맙다!!! 아들아!!!
세계 1%를 꿈구면 두려움없이 떠나라 동영상 (http://www.youtube.com/watch?v=Skw6Nv8pS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