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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 4장: 눈물을 흘리게 한 엑시터 졸업식

박중련 2010. 6. 23. 12:27


   나는 엑시터 역사 소사이어티와 피바디 기숙사를 가르는 작은 길에서 불안한 마음으로 다음 순서를 기다렸다. 단상의 오른쪽으로는 성이 A에서 J까지 시작하는 학생들이, 그와 다른 쪽으로는 J부터 Z까지의 성을 가진 학생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나는 단풍나무와 참나무 그늘 밑에서 절반의 급우들과 함께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하얀 드레스를 입은 여학생들과 멋진 양복을 입은 남학생들을 보았을 때, 그들이 지금 사실상 성인 남자와 성인 여자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 학생들 중 많은 학생들이 9학년의 힘든 과정과 사춘기의 혹독함을 이겨냈고, 지금 나와 함께 어른의 모습으로 서 있다. 우리가 한때 모두 14, 15, 16세 였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엑시터를 떠날 우리의 미래 세계가 임박했듯이, 그 몇 년이 빠르게 지나간 추억과 같이 느껴졌다. 졸업을 하면, 우리는 ‘어린이들’을 위해 제공되는 느슨함으로부터 더 이상 보호나 안식처를 제공받지 못할 것이다. 대신에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고등학교들 중 하나인 이곳에서 잘 다듬어져왔고, 엑시터에서 배운 모든 것을 삶속에서 바르게 나타낼 준비가 된 학생들로서 함께 서 있다.

   관악대가 우리에게 앞으로 행진할 신호를 알리자, 비록 막지는 못했지만 눈물이 나오는 것을 참으려고 노력했다. 우리는 아카데미의 선생님, 코치 그리고 직원들이 둘러서서 만든 조그마한 길을 따라 한 줄로 걸어 들어갔다. 그들 앞을 지나가자 어떤 사람들은 박수를 쳤고, 어떤 사람들은 환호를 질렀으며,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렸다. 나는 그들과 악수를 하거나 포옹을 하면서, 이 순간이 그들이 베푼 모든 것에 대해 감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

   밴드가 곡을 마칠 때 즈음 연단 옆에서 급우들 사이에 앉아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머리를 들어 청중들을 응시하자 친구들, 가족들, 선생님들의 얼굴로 형성된 ‘얼굴의 바다’가 한 눈에 들어왔다. 내가 비록 300여 동료들 중에 한 명이었지만, 모든 청중들의 눈이 나에게 향하고 있는 것 같았다. 졸업식이 시작되자 내 심장 뛰기 시작했다.

나는 조용히 앉아서 두 급우들이 낭독하는 ‘졸업식을 위한 조사’와 ‘소개’에 귀를 기울였다. 미래에 목사가 될 육상팀 동료가 졸업식을 시작하는 기도를 했다. 그 뒤를 이어, 같은 기숙사 친구인 졸업반 학생회장이 부모님과 졸업반 학생들에게 개막 연설을 했다. 그 시점부터 많은 사람들이 무대에 섰고, 내 기억에 그들은 모두 그 순간과 분위기에 맞는 적절한 말들을 하였다.

   내가 엑시터 졸업생 가족의 일원으로 공식적으로 추대되는 그 순간이 결국 찾아왔다. 전례관이 우리를 연단으로 안내해 졸업장을 받도록 한 줄로 서게 하자, 나의 심장은 다시 뛰기 시작했다. 예식전체를 통에서 여러 사람들이 연단에 걸어 올라가서 연설을 하는 동안 나는 정지한 상태로 일관했다. 드디어, 내가 무대를 밟을 차례가 되었다.

나는 아직도 급우인 사라 벌하이Sara Berhie가 내 차례 전의 이름들인 제니퍼 오Jennifer Oh, 제이슨 올로프Jason Orloff 를 읽어 나갔던 것을 기억할 수 있다. 내가 연단 옆에 서서 사라가 내 이름을 부르길 기다리고 있을 때, 나의 심장은 조절할 수 없는 속도로 급속히 뛰었다. 내 오른쪽에는 이미 졸업장을 받은 학생들과 내가 서 있는 곳으로 곧 오게 될 학생들이 앉아 있었다. 나의 왼쪽에는 나의 친구들, 나의 가족, 그리고 나의 급우들의 사랑하는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이 행사는 내게 여러 심오한 생각과 느낌을 갖게 했지만, 그 때 내 마음 속에 반복되었던 오직 한 가지 생각은 ‘무엇을 하든지 절대 넘어지지 말라.’는 것이었다.

   나는 내 이름이 호명될 때, 시간이 느리게 움직일 것이고, 그 모든 순간순간을 음미할 수 있을 거라고 상상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내 이름이 불리고 팅그리 교장 선생님으로부터 졸업장을 받는 과정은 아주 순식간에 끝났다. 졸업장을 받고 내 자리로 돌아가면서, 솔직히 조금 실망했다. 내가 졸업장을 받을 때 하늘에 불꽃놀이를 해줄 거라고 생각할 만큼 어리석지는 않지만, 그렇게 빨리 끝나자 슬픈 느낌마저 들었다. 10초간의 명상 같은 느낌이었다.

   내 자리로 돌아와서 이미 졸업장을 받은 급우들 옆에 앉았을 때, 그들의 얼굴에서도 흥분된 모습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때 나는 졸업식이 무대 위를 걸어 올라가서 교장선생님으로부터 ‘졸업식’을 함축한 종이 한 장을 받아오는 예식이 아니라, 지난 몇 년간 내가 사랑하게 된 친구들과 엑시터 이후의 생활로 진입하는 것을 축하하는 자리임을 깨닫게 되었다. 이 즐거운 시간에 친구들 옆에 앉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꼭 맞는 작별인사와 낙관적인 시작을 하기에 충분했다.

   요즈음 나는 내 방 책상에 앉아서 컴퓨터로 이메일을 보내거나 책을 읽을 때, 그곳에 자랑스럽게 걸려있는 졸업장을 보게 된다. 글자 그대로, 졸업장은 내가 엑시터에서 보낸 시간의 상징이다. 그것을 둘러싼 액자의 장엄한 자주색과 내 이름을 새긴 멋진 필체보다, 그것이 떠 올리게 하는 졸업식 마지막 주간, 그리고 나의 4년간 고등학교생활의 추억들이 내 얼굴에 큰 미소를 머금게 했다.



현열이가 4년동안 정들었던 엑시터 생활

http://www.youtube.com/watch?v=Skw6Nv8pSlY&feature=related 

http://www.youtube.com/watch?v=Skw6Nv8pSlY

현열이 보다 1년 후배인 2008년 엑시터 졸업식 모습

http://www.youtube.com/watch?v=1C65DJkx2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