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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매체를 통해서 본 미국사회에서의 엑시터와 앤도버 위상

박중련 2010. 5. 13. 19:28


영화 ‘뷰티풀 마인드A Beautiful Mind’(2001)에서 죤 내시John Nash의 상상적 룸메이트가 그에게 장난기 섞인 말투로 "엑시터나 앤도버를 갈 수 있을 만큼 행운아였는가?"라고 물어보는 장면이 나온다. 왜 두 학교에 가는 것을 행운이라고 표현하였을까? 그 답은 사회에서 이 학교들을 어떻게 보는가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학교가 엑시터와 앤도버, 하버드와 예일이다. 작가는 등장인물의 성격을 부각시키기 위해 극중 인물과 걸맞은 학교를 선택한다. 이런 식이다. 영화 ‘식스 디그리스 오브 세퍼레이션Six Degrees of Separation’에서는 사기꾼역인 윌 스미스Will Smith가 자신의 형제들이 앤도버, 엑시터, 하버드, 예일을 나왔다고 떠벌리는 장면이 나온다. 미국의 고등학생이면 누구나 읽는 소설인 <호밀밭의 파수꾼The Catcher in the Rye>에서 주인공 홀덴Holden이 여자 친구인 샐리Sally와 뮤지컬을 보던 중 막간에 그녀의 친구인 멋있게 생긴 앤도버 출신 조지George를 만나는데, 이 때 화난 홀덴이 ‘앤도버 출신, 그래 되게 대단하다.’라고 속으로 내뱉는 대사가 있다. 코메디 영화인 ‘새장The Birdcage’(1996)에서는 칼리스타 프록하트Calista Flockhart가 공화당 보수파 연방 상원의원 진 핵크먼Gene Hackman의 딸이며 엑시터 졸업생으로 나온다. 두뇌가 명석한 한 젊은이가 라스베이거스에서 블랙잭으로 부를 형성하는 것을 묘사한 소설 ‘브링잉 다운 더 하우스Bringing Down the House(1996)’의 주인공 케빈 루이스Kevin Lewis도 엑시터와 MIT출신이다.


예일대학의 배타적 사교클럽인 스컬 앤 본스 크럽The Skull and Bones Club을 주제로 한 영화 ‘더 스컬스The Skulls’에서는 두 주인공 중 한 명인 폴 워커Paul Walker가 엑시터 졸업생으로 나오는데 영화 중 그 만 유일하게 출신 고교가 언급되었다. 코메디 영화 ‘배드 컴패니Bad Company’(2002)의 주인공 크리스 록Chris Rock 이 엑시터와 다트머스대학을 졸업하고 로즈 장학생이 된다. 로즈 장학생은 매년 미국 대학졸업생 중 32명을 선발해 옥스퍼드대학에 유학시키는 프로그램으로, 빌 클린턴 대통령이 여기에 뽑혔었다.


찰스 디킨스의 후계자로 여겨지는 존 어빙John Irving의 베스트셀러 소설 ‘어 윈도우 훠 원 이어A Window for one Year’가 ‘더 도어 인 더 플로어(The Door in the Floor’라는 영화로 만들어졌다. 그 영화는 거의 모든 캐스트가 엑시터와 관련된 사람들로 구성되었다. 여기서 제프 브리지스Jeff Bridges와 킴 배싱거스Kim Basingers의 두 아들이 엑시터 졸업생들로 나온다. <다빈치 코드The Davinci Code>의 주인공인 하버드대학 교수 로버트 랑돈Robert Langdon도 엑시터출신으로 등장한다. 저자인 댄 브라운은 특히 자신을 가르친 엑시터 선생님들의 성함을 여러 소설에 등장시켰다.


<하버드 독립 사립고등학교 가이드The Harvard Independent Insiders' Guide to Prep Schools>(1987)에서 엑시터, 앤도버, 하버드의 관계를 50대 미국사람들이 기억하는 ‘트레이딩 프레이스Trading Place’라는 영화의 한 장면을 빌려 소개했다. 흑인 영화배우 에디 머피Eddie Murphy를 일약 스타로 만든 이 영화에서, 거지(에디)와 엑시터와 하버드출신의 증권투자가의 신분이 바뀌게 된다. 가이드 편집자들은 윈스롭이 영화에서 왜 앤도버-하버드가 아니라 엑시터-하버드를 나왔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던졌다. 그리고는 엑시터와 하버드의 관계가 더 보편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2003년에 개봉된 ‘파이팅 템프테이션스Fighting Temptations에서는 주연인 쿠바 구딩Cuba Gooding Jr.이 어느 마케팅회사에 앤도버와 예일을 나왔다는 거짓 이력으로 입사한 후 해고되는 장면이 나온다. 이러한 예들은 1950년대에 앤도버와 엑시터 졸업생의 과반수이상이 각각 예일과 하버드에 진학한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서 묘사한 것이다. 1940년대에는 엑시터 졸업생의 40-50%가 하버드대학에 그리고 앤도버 졸업생의 70%가 예일대학에 진학했다. 실제로 두 학교 모두 하버드나 예일하고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지는 않다. 우연인지 몰라도 엑시터는 하버드와 같은 자주색이고 앤도버는 예일과 같은 청색을 학교 상징 색깔로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엑시터 교정 일부



결론적으로 두 학교는 영화나 소설에서 미국상류사회를 대표하거나 지식층의 교육배경을 묘사하는 데 많이 이용되었다. 특히 엑시터가 앤도버보다 영화나 소설에서 더 많이 사용된 것은, 극중 인물을 부각하는데 엑시터의 이미지가 더 편리했기 때문이다. 하버드와 엑시터, 예일과 앤도버로 짝지어지는 것은 역사적으로 볼 때 능력의 차이라기보다는 졸업생들의 대학 선호도와 연관이 있다고 본다. 


세계 1%를 꿈꾸면 두려움 없이 떠나라.  http://www.youtube.com/watch?v=Skw6Nv8pS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