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햄프셔 주에 있는 주니어 보딩스쿨 카디건 마운틴 스쿨
엑시터의 조기유학생들 중에는 미국의 명문 주니어 보딩스쿨인 페센덴Fessenden School, 페이Fay School, 이글브룩Eaglebrook School, 럼지 홀Rumsey Hall School, 카디건 마운틴Cardigan Mountain School 등을 거쳐 온 학생들이 꽤 있다. 주니어 보딩스쿨은 9학년까지 있기 때문에 졸업생들은 10학년 때 고교과정 보딩스쿨로 진학한다.
1866년 보스톤 근교에 미국최초의 주니어 보딩스쿨인 페이가 설립된 뒤, 20세기 중반까지 약 20여개의 주니어 보딩스쿨들이 생겼다. 주니어 보딩스쿨들은 페이와 같이 1-5학년까지는 데이스쿨이고 6-9학년까지만 보딩과정을 두기도 한다. 이글브룩과 카디건 마운틴처럼 아예 6-9학년까지만 있는 학교도 있다. 7-12학년까지 있는 보딩스쿨들은 30여 곳 되는데 이들은 주니어 보딩스쿨로 분류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주니어 보딩스쿨들은 전자와 같이 초등학교는 데이스쿨, 중학교는 데이스쿨과 보딩스쿨의 혼합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이며 우리에게는 소설 ‘분노의 포도’로 유명한 존 스타인벡John Steinbeck, Jr.이 1960년에 집필한 <챨리와의 여행Travels with Charley> 에서 그가 미국 대륙횡단 여행을 떠나면서 주니어 보딩스쿨인 이글브룩에서 아들을 만난다. 이 장면은 당시 사회 저명인사들에게 이 학교가 어필했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시사해 주고 있다. 그 시대 이글브룩 졸업생으로 영화배우 커크 더그라스의 아들인 마이클 더그라스가 있다.
미국인구가 3억인데 반해, 중학과정인 주니어 보딩스쿨들은 20개 미만이고, 9학년 졸업반 학생들을 다 합해도 600여 명밖에 되지 않는다. 이러한 통계는 미국의 학부모들이 여간해서는 자녀들을 주니어 보딩스쿨에 보내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린 자녀가 가족과 떨어져 있게 하는 것에 대한 염려와, 주변에 좋은 데이스쿨과 공립학교들이 있어서 굳이 보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그러나 주니어 보딩스쿨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분명히 필요성도 있음을 의미한다. 가장 첫째, 부모가 타 지방이나 해외로 자주 전근을 가야하는 직장에 다니는 경우이다. 이때 주니어 보딩스쿨이 자녀들에게 안정된 교육 환경을 제공한다. 둘째, 거주지 주변에 교육환경이 뛰어난 공립학교나 데이스쿨이 없는 경우이다. 셋째, 자녀에게 특수교육이 필요한 경우이다. 넷째, 해외 조기유학생들에게 해당되는 이유로 미국에서 고등학교나 대학진학을 준비하면서 영어와 미국문화를 일찍 습득하기 위해서다. 특히 한국에서는 학생들이 미국 중학교 수준의 스포츠 활동을 하기가 힘든데, 주니어 보딩스쿨에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미국 명문 주니어 보딩스쿨들 중 하나인 페센덴이 2003년 설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발행한 책<Along the Right Lines, 1903-2003>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글이 실려 있다.
“페센덴이 설립된 해인 1903년 즈음 엑시터 교장인 할란 J. 아멘은 엑시터 신입생들 중 약 50여명이 낙제하는 것을 보고 고교과정을 제대로 준비시킬 수 있는 중학교가 있기를 바랐다. 그는 페센덴 창립자인 프레드릭 페센덴Frederick Fessenden이 비슷한 목적을 갖고 주니어 보딩스쿨을 설립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이 학교 창립에 깊이 관여하였다. 처음에는 엑시터와 앤도버에 학생들을 공급하는 학교를 구상했으나, 당시 앤도버의 스턴스 교장은 엑시터와 앤도버가 경쟁관계여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냈다. 그래서 엑시터 이사회만 페센덴 설립을 허가했는데 페센덴은 생각한 끝에 엑시터와 관계는 유지하되 독립된 학교로 남기로 하였다. 당시 엑시터와의 깊은 관계를 반영하듯 페센덴은 학교 상징 색깔을 엑시터와 같은 빨강색과 회색을 채택했다. 아멘교장은 페센덴에게 학교이름을 필립스 매노Phillips Manor나 필립스 홀Phillips Hall의 사용을 권유하기도 하였으나 그는 장고 끝에 페센덴으로 결정하였다.(생략).”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볼 때 당시 초기 주니어 보딩스쿨들이 명문 보딩스쿨에 학생들을 공급하는 학교로 설립되었음을 추측할 수 있다. 주니어 보딩스쿨들은 세심한 학습지도를 통해 어린 학생들이 학습 습관, 마음가짐, 대화기술들을 갖출 수 있도록 돕는다. 집에서는 부모님 말씀을 잘 안 듣게 되지만 주니어 보딩스쿨에서는 선생님 말씀에 전적으로 따라야 하기 때문에 효과적인 교육을 시킬 수 있다.
힐사이드Hillside School 교장인 데이비드 비처Daivd Z Beecher는 주니어 <보딩스쿨들의 불가사의한 점The Wonder of Junior Boarding Schools>이라는 논문에서 가족들이 주니어 보딩스쿨을 선택하는 이유로 ‘보살핌, 헌신적이고 개인적인 배려, 무한한 기회, 지도력’들을 들었다.
명문고 진학의 지름길
현재 엑시터는 이러한 주니어 보딩스쿨들로부터 매년 평균 두세 명 이내의 신입생들을 받는다. 현열이가 엑시터에 재학할 당시에는 한인 조기유학생들이 1년에 10명 정도 입학했는데 대부분 한국에 있는 영어권 데이스쿨 출신들이다. 그중 서울국제학교Seoul International School출신들이 가장 많았다. 한국 조기유학생들이 많은 이유에 대해 입학처장은 한국에서 입학 신청한 학생들 중에는 뛰어난 학생들이 많아서 매년 12-13명 정도 입학허가서를 보내는데 대부분이 등록을 했다고 설명했다. 뛰어난 한국학생들의 엑시터 선호도를 반영하고 있다.
2003년에 이글브룩을 졸업하고 엑시터에 입학한 한 일본인 학생은 이글브룩이 비영어권에 있었던 자신에게 기숙사생활을 통해 미국문화로의 이전을 매우 쉽게 해주었다고 회고했다. 같은 해에 페센덴에서 엑시터로 입학한 한국 조기유학생은 주니어 보딩스쿨에 다니면서 부모님의 헌신을 느낄 수 있었고, 한국에서는 생각하지 못했던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었다고 했다. 자연히 집에 있었을 때보다도 더 큰 꿈을 꾸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조기유학의 단점으로, 부모님을 가까이서 볼 수 없는 것과 한국어는 성숙단계에서 왔고 영어는 기초단계를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두 언어 모두 현지인만큼 잘하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했다. 그의 한국어와 영어 구사력은 상급에 속했는데 아마 자신이 최고급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듯 했다.
치열한 주니어 보딩스쿨 입학 경쟁
이처럼 주니어 보딩스쿨은 한국 조기유학생들에게 미국문화와 영어를 효과적으로 익힐 수 있게 해주고 명문고교에 진학할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한다. 그래서 많은 조기유학생들이 주니어 보딩스쿨의 한정된 입학정원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 인기도를 반영하듯 이곳 주니어 보딩학생들 9학년 600여 명 중에 약 10%인 60여명 정도가 한국에서 온 조기유학생들이다.
주니어 보딩스쿨은 입학 전 여름학교에서 비영어권 학생들의 수학능력을 파악한다. 그리고 입학 인터뷰를 하면서 학생들의 적응도를 테스트한다. 학생들은 영어와 수학교사의 추천장, WISC 테스트, 그리고 현재 다니고 있는 학교의 성적표, 영어 가정교사의 추천장을 가지고 종합적인 평가를 받는다.
이렇게 선발된 한국 조기유학생들은 2009년 9월 현재 페이(15명), 페센덴(14명), 이글브룩(22명), 베멘(17명), 카디건 마운틴(30명), 럼지 홀(25명), 인디언 마운틴(17명), 렉토리(38명), 힐사이드(18명)에 재학하고 있다. 이 학교들은 평균적으로 미국 10-15주와 10여개 나라에서 학생들을 받아들이고 있으며 모두 조기 유학생들을 위해서 이중 언어 영어교육ESL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이중에서 남녀공학인 페이와 럼지 홀 그리고 남학교인 페센덴, 이글브룩, 카디건 마운틴이 한국 조기유학생들에게 잘 알려진 명문 주니어 보딩스쿨들이다.
1970년대 이후 거의 모든 대학, 보딩스쿨들이 줄어드는 학생인구 때문에 남녀공학으로 전환했지만 페센덴, 이글브룩, 카디건 마운틴, 힐사이드 등은 아직도 남학교로 남아있다. 그 결과 남녀공학의 남자 운동팀들은 선발할 수 있는 남학생들 수가 적기 때문에 남학교 팀보다 경쟁력이 약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주니어 보딩스쿨들 중에는 여학생만을 위한 곳은 거의 없기 때문에, 여학생들은 남녀공학인 페이, 럼지 홀, 베멘, 렉토리, 인디언 마운틴 가운데서 선택해야 한다.
주니어 보딩스쿨의 통학생들은 8학년을 마치고 인근 고등학교로 진학하기 때문에, 9학년 학생 수가 8학년 학생 수보다 항상 적다. 고등학교 과정 보딩스쿨에서는 주니어 보딩스쿨 졸업생들과 다른 10학년 편입생들을 위해서 신입생 정원의 최고 4분의 1까지 배정하고 있다. 8학년을 마치고 고등학교 9학년으로 입학하느냐, 아니면 1년 뒤 10학년으로 진학하느냐는 당사자의 선택이다. 이에 대해 페센덴의 입학처장인 카렙 톰슨은 “페센덴에서 최고학년인 9학년 큰형으로 리더십을 쌓는 것이, 일반 보딩스쿨에 최저학년인 9학년으로 들어가 막내 노릇을 하는 것보다 학생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의견을 주었다.
엉터리 학교 정보에 현혹되지 마라
위에 열거된 학교들 중에서 소수만 웹사이트에 자세한 고등학교 진학성적을 발표하고 있다. 이유는 진학성적은 졸업생들과 학교만이 알아야 하는 개인적인 정보라는 것과 그 내용이 신뢰성 없는 통계로 만들어져 랭킹을 메기는 데 사용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학교들의 염려는 나의 경험에서도 사실로 들어났다. 주니어 보딩스쿨들의 랭킹을 만들어 놓고 적지 않은 수수료를 받는 www.prepreview.com에 접속한 적이 있었다. 비싼 수수료를 냈기 때문에 그 값을 할 거라는 기대감을 가졌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이 사이트는 미국과 영국의 주니어 보딩스쿨들을 종합해서 랭킹을 매겼다. 두 나라 주니어 보딩스쿨들이 진학시키는 명문 고등학교들이 전혀 다르고, 어떤 학교는 명문 고등학교 입학성적을 고시하지 않는데 어떻게 비교 평가를 했는지 궁금했다. 혹시 유사한 자료를 구했다 하더라도 평가 기간이 같은지도 궁금했다. 이 회사는 통계로 많은 수수료를 챙기면서 소비자 보호기관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주소조차 명시하지 않았다.
주니어 보딩스쿨들의 소임이 마치 명문 보딩스쿨들에나 진학시키는 관문만으로 여기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페센덴 창립 시 엑시터의 아멘교장은 ‘소년을 시작부터 올바르게 교육시키고, 공부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옳은 일하는 습관을 형성하고, 그의 일상 행동과 미래의 삶을 이끌고 조절할 수 있는 원리들을 가르치는 것이 이 학교의 목적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 이글브룩은 학교 사명을 “각 학생이 내적 타고난 재주들을 자신 있게 소유하게 하고, 고등학교에서 성공하는데 필요한 기술들을 발달시키고, 깊은 생각과 인간애를 갖고 행동하게 하는 가치관을 확립시키는데 있다”라고 밝혔다. 위 사명들이 명문 주니어 보딩스쿨들의 목적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명문 주니어 보딩스쿨들은 학과뿐만 아니라 인격형성, 문화교육 등 미국의 상류사회에서 필요한 자질들을, 인생에서 가장 민감한 시기에 부모를 떠난 독립된 상태에서 교육시키는 곳이다. 만약 학생들이 그러한 생활을 견딜 수만 있다면 미국 상류생활의 풍습과 언어를 익힐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다. 이러한 면들 때문에 미국의 주니어 보딩스쿨들은 조기유학 열풍에 쌓인 한국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하나의 대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학교를 선택할 때는 이미 그 곳에 다니는 학생들이나 졸업생들 또는 학부모들의 의견을 들어보기도 하고, 학교를 직접 방문해서 학교의 설명을 듣고 학생과 부모가 함께 결정해야 한다.
세계 1%를 꿈꾸면 두려움 없이 떠나라. http://www.youtube.com/watch?v=Skw6Nv8pS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