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큰 딸 지연이집 방문

박중련 2009. 9. 9. 11:53

 

                                                                                  

이미 한 달전에 큰 딸 지연이와 그가 새로 입주한 콘도와 시카고대학 법대도 구경할 겸해서 9월초에 시카고를 방문하기로 약속했었다. 나는 바쁜 때여서 아내와 승연이를 이틀 먼저 보냈다. 9월2일 아침 6시55분 시카고행 델타 비행기를 타기위해서 나는 아내와 딸을 뉴욕시 라과디아공항에 새벽5시에 내려주었다. 붐빌 줄 알고 출발하기 2시간 전에 도착했는데 시카고 셔틀이 있는 라과디아의 Marine 공항은 한산해서 비행기뜨기 30분 전에 가도 충분히 탑승할 수 있는 곳이었다. 짐을 부치기위해 카운터로 갔는데, 그곳에 아내가 강사로 있는 순복음뉴욕교회 유아부의 학부형이 카운터를 보고 있었다. 우리는 짐을 맡기고, 아내는 게이트로 나는 파킹장으로 나왔다. 비행기가 떠나기 전 아내가 전화를 했는데 그 유아부 학부형이 1등석 티켓 두장을 갖고 헐레벌떡 탑승구로 와서 아내의 Economy석 티겟과 바꿔주고 갔다고 한다. 아내 왈 "남편 덕에는 1등석을 타지 못했는데, 하나님 덕에 1등석을 타게 되었다"고 전하면서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 그분에게 고마운 마음을 잘 전할 수 없었다고 한다.

 

나도 이틀 후인 금요일 새벽 같은 비행기 economy석을 타고 시카고로 향했다. 아침 7시45분쯤 내렸는데 지연이 부부, 아내 그리고 승연이가 마중을 나왔다. 우리는 아침을 가볍게 먹고 지연이가 새로산 콘도에 가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지연이가 살고 있는 콘도는 시카고의 중심부에 있는 20층정도 된 새로진 건물이다. 이 빌딩을 건축한 개발업자는 주택경기가 좋지 않아서 개인 파산신고를 했다고 한다. 지연이는 시가로 약 40만불정도 되는 1200 스퀘어 피트의 2베드룸 콘도를 30만불에 살 수 있었다. 그리고 남편이 의사이어서 1불도 다운페이를 하지 않고 전부 모게지를 않고 살수 있었다.

 

 아내와 딸은 이미 시카고의 명소 몇군데를 돌아본 후 였다. 우리 가족은 일단 지연이 집에서 차로 약 15분거리에 있는 시카고 법대로 향했다. 고딕양식으로 된 웅장한 학부건물들이 한 줄로 있었고 운동 경기장들이 간간이 있는 긴 잔디밭 광장을 건너서 대학원 건물들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법대건물은 1960년대에 지은 모던 풍의 건물이었는데 마치 유펜 법대건물과 비슷했다. Paper Chase에서 보는 하버드법대 교실과 같이 고풍은 없었지만 나름대로 위압감을 느끼게 했다. 미국에서 어림잡아 Top Five에 드는 시카고 법대는 시카고대학의 다른 부서와 마찬가지로 학구적이며 총학생당 연방법원에 판사보를 가장 많이 보내는 곳 중에 하나이다.  집과 학교간의 지하철이 연결이 잘 안되고, 대학 주변이 위험해서 차로 등교를 해야하는데, 마땅한 파킹장이 가까운 곳에 없어서 걱정이 앞섰다. 법대 1학년이 인생에서 가장 힘든시간이었다고 한 변호사들의 말도 우려를 더했다.

 

 

(지연이의 콘도 빌딩). 

 

우리는 대학근처에 있는 박물관에서 미래의 그린 에너지 지향형 집을 볼 수 있었다. 대단한 것은 아니고 여기저기 우리가 생각하는 에너지 절약방법을 실행에 옮긴 집이었다. 입장료가 만만치 않았는데 11살이하 어린아이는 약간의 디스카운트가 있었다. 표값을 계산하는데 승연이가  갑자기 자기가 11살이라고 하는 것이었다. 나도 그러거니 생각하고 있었느데 사실 그는 반달차로 이미 12살이 된 상태였다. 그가 쉽게 거짓말을 하는 것을 보고 나는 심하게 꾸짖었다. 그러나 그가 그런말을 하게 된 데는 이미 시카고 미술관에 가서 나이 속이는 재미를 경험했었고 거짓말이 별거아니라는데 달갑지 않은 면역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가족들과 차를 타고 가다 교통위반 티켓을 받게 될때 절대 아이들에게 거짓말하거나 비굴하게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노력했었다. 승연이가 십여불 때문에 거짓말을 하는 것을 보고 분통이 터졌다. 그래서 이번기회에 지연이와 승연이에게 이에 대한 교육을 철저히 시킬 수 있었다.

 

집에 돌아와서는 도시에서나 즐길수 있는 맨해튼 시가로 약 2백만불하는 고층아파트 생활을 이번 기회에 만끽해 보았다. 일단 그 빌딩안에 있는 웨이트 룸에 가서 그동안 밀렸던 운동을 하였다. 빌딩의 입주자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데 운동기구나 시설면에서 고급호텔 수준이었다. 그리고는 옆방에 있는 스파에 가서 스팀사우나와 월풀을 사용했다. 스파는 호텔것 보다 나았다. 그리고 같은 층에 있는 넓은 산책공간이 인상적이었다. 지연이집 리빙룸 소파에 앉아서 밖을 바라보니까 베란다에 거미줄과 먼지가 잔뜩끼어 있었다. 그래서 비자루를 들고 베란다로 나가 대강 청소를 했는데 바닥이 매끈하지 못해서 먼지들이 제대로 걷히지가 않았다. 그래서 무심코 지연에게 비가 많이 쏟아질때 물로 한번 쓸어주면 어떨까 제안했다. 고층건물에서 물을 사용하면 아래층에 떨어지기 때문에 사용을 금하고 있어서 나온 발상이었다. 그말을 듣자마자 지연이는 윤리를 이야기한 아빠가 어떻게 그런 제안을 할 수 있냐고 펄쩍뛰었다. 나는 소나기가 내릴때 베란다를 물청소하는 것이 그리 나쁘다는 생각을 못했는데 그녀는 그것을 홍수때 강에 폐수를 보내는 것 같이 느낀 모양이었다. 아뭏든 생각해보니까 잘못한 것 같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절대 옳지않은 것은 너도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우리는 이번 여행에서 도덕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졌다.


(지연이가 다닐 시카고 법대 캠퍼스 앞에서 사위 Ron, 지연, 아내 승연이와 함께)

 

우리는 내가 이곳에 온 다음날인 토요일 1시 반쯤에 오후 4시 비행기에 맞춰 공항에 나갔다. 몸검사하면서 아내의 5온스짜리 화장품때문에 짐을 붙여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래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짐을 부치고 몸검사를 두 번하게 되니까 기분이 별로여서 아내에게 곱지않은 시선을 주었다. 시간이 갈수록 힐책했던 아내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어서, 혼자 가서 아이스크림을 사다 주기도 하고 팝콘만 보면 동막골 이야기를 하는 승연이에게는 팝콘을 갖다 주기도 했다. 소설책 한 권을 읽을 만한 시간이 지나서야  비행기에 탑승을 할 수 있었다.  우리는 텅텅 빈 1등석 바로 뒤에 앉았다. 델타 셔틀 1등석이 얼마나 비싼지 모르지만, 조금 편하고 우쭐해 보이려고 중남미나 아프리카의 불우한 어린이들에게 갈 수 있는 재원을 그런 곳에 쓰면 안된다고 생각을 하니까 내 좌석이 앞보다 더 넓고 안락하게 느껴졌다.  지연이가 살림을 하면서 대학원 생활을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염려와 또 한편으로는 그들 부부가 사이좋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느낀 안도감 등이 교차하면서 여러가지 생각들을 갖고 뉴욕공항에 내렸다.